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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시간 보내고 싶단 생각에 스페인으로 떠난 그 남자

 

한국 직장 7년 하고 딸과 시간 보내고 싶어 스페인행

세계 10위권 모바일 광고회사 한국 총괄,

스페인 디지털 매거진 대표 ‘투잡’

세계적 재능기부 네트워크 만들고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무료 과외 네트워크를 만들자!”<조선일보 2010년 3월 24일자 A14면>
 
지난 2010년 조선일보에 2009년 생긴 무료 과외 인터넷 카페 ‘하인싸잇’(hindsight·어떤 일이 지나고 나서 뒤늦게 얻는 지혜)과 그 창립자에 대한 기사가 대문짝 만하게 나갔다.
 
이른바 전국 단위의 재능 기부 네트워크가 생겨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내용이었다. 하인싸잇 설립자는 대니한(35). 2007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법인에서 일하면서 계속 재능 나눔 사업을 벌였다. 그랬던 한씨는 지금 스페인에 산다. 그가 한국을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업무의 효율을 추구하기 보단, 형식적인 일에 많이 얽매였고, 실력이 아닌 다른 것들이 업무 성과에 끼어들어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퇴근하고 들어오면 딸이 깨어있는 모습을 보기도 어려웠다. 그때 대학 시절 대기업 스페인 법인에서 6개월간 경험한 인턴생활이 떠올랐다. 업무 집중도가 높고 불필요한 일이 없었다. 
 
 
모부시 mobusi

대니 한 스페인 ‘모부시’ 한국·중국 총괄

출처 : 대니한 제공 

 
 
가족과 함께 2013년 스페인으로 떠났고, 고생 끝에 2015년 스페인의 글로벌 모바일 광고기업 모부시(mobusi)에 합류했다. 모부시 한국·중국 총괄(지사장)로, 스페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스페인어게인’ 대표로 ‘투잡’을 뛰면서도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행복하다는 그에게 스페인 생활과 해외 취업 노하우를 들어봤다.
 
 



 

◇ “한국과 아시아 문화를 잘 아는 게

      해외 취업 성공의 지름길”

 

모부시는 2011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설립된 모바일 광고 회사다. 5년여 만에 연 매출 1000억원짜리 회사로 급성장했다. 광고를 원하는 기업과 광고를 유치하려는 매체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게 수익모델이다. 전 세계 250여 개 나라에서 한 달에 45억건 가량의 모바일 클릭을 만들어 낸다. 조사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클릭 수 기준으로 전 세계 모바일 광고 회사 중 10위 정도다.

 
한씨는 모부시에서 한국·중국 사업을 총괄한다. 광고주나 함께 일할 현지 광고 회사를 찾고 연결해주는 게 그의 일이다. 그는 “회사에 수익을 가져다 주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회사원이기도 하지만, 해외로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한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왜 스페인으로 갔나요.

 

 
“한국무역협회에서 운영하는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2006년 LG전자 스페인 법인에서 6개월간 인턴 생활을 했습니다. 스페인 직장인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야근이란 걸 하지 않더라고요. 근무시간에 집중해서 일처리 빨리하고,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부러웠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글로벌 기업의 한국 법인 두 곳에서 일했는데, 글로벌 기업도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화’되더라고요. 회식도 많고, 불필요한 서류작업도 많고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늘 머릿속엔 스페인 생활이 맴돌았는데, 어느 날 집에 들어가서 딸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스페인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1년간 준비 끝에 마드리드의 IE 비즈니스 스쿨 MBA 과정에 합격해 스페인으로 가게 됐죠.”
 
 
 
세고비아 투어

대니한

출처 : 대니한 제공 

 
 



 

-해외에서 취업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중학교 때 부모님을 졸라 코스타리카로 혼자 유학을 갔어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아버지가 아끼고 아껴 보내 주신 돈으로 생활했습니다. IMF 사태도 힘들게 버텨냈어요. 그런데 병역 문제로 여권 연장이 안돼 2년 반 만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스타리카가 스페인어를 쓰긴 하지만, 저는 국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주로 영어를 썼습니다. 스페인어는 굶어죽지 않을 정도만 할 줄 알았어요. 물론 지금도 스페인어를 현지인만큼 하지는 못 합니다. 
 
 
다만 제 강점은 한국과 아시아 시장을 잘 안다는 거였어요. 해외 기업이 외국인을 채용하는 이유가 뭘까요? 외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기 때문이죠. 모부시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었어요. 회사에 모바일 광고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스페인과 한국 시장을 함께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고민이었죠. 한국에서 수년간 마케팅 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내세워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과 아시아 문화를 잘 안다는 게 취업 성공의 비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것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한국의 사무실은 조용한데, 여기는 매우 시끄럽습니다. 한국에선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주고받을 법한 얘기를 각자 앉은 자리에서 마구 쏟아냅니다. 딱딱한 회의도 없고, 불필요한 서류 작업도 없죠. 그러니까 자연히 야근도 없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4시 30분이면 퇴근합니다. 업무 시간이 적을 수는 있지만, 업무 집중도가 높아 결코 일을 허투루 하진 않습니다. 책임자가 아닌 일반 사원에게도 권한을 줘 효율도 좋고요. 퇴근 후 딸의 숙제를 봐주는 건 무엇보다 큰 기쁨입니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스페인어게인’ 일도 할 수 있고요.”
 
 
 
마드리드스냅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대니한

출처 : 대니한 제공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상태에서 창업 준비해야”

 

그는 모부시 ‘한국·중국 총괄’이라는 직함 외에 ‘스페인어게인’이라는 스페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도 운영하고 있다. 모부시에 합류하기 전부터 했던 사업으로 스페인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여행 가이드와 스냅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대학원 시절 한국에서 스페인으로 놀러 오는 친구들 여행 가이드 해줬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하지만 수입이 변변치 않아 애를 먹었다. 그는 “창업을 생각하더라도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상태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취업을 생각했나요.

 

“2014년 5월 MBA 과정을 마치고 잠깐 한국계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4개월 정도 있다가 ‘내 사업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뛰쳐나왔습니다. 스페인으로 놀러 오는 친구들 여행 가이드 해줬던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 정보도 제공하고, 투어 가이드도 하는 사업을 시작했죠. 이름도 ‘다시 스페인에 오고 싶게 하겠다’는 뜻에서 ‘스페인어게인’이라고 지었어요. 
 
 
회사는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회사를 차려도 수입이 변변치 않았습니다. 대학원 학비가 6만 유로, 당시 환율로 9000만원 정도였어요. 한국에서 직장 생활하면서 모은 돈에 빚까지 내서 학교는 어떻게 마쳤는데, 돈을 못 버니 정말 힘들었어요. 닥치는 대로 일했죠. 5시간 가이드하고 20유로(약 2만4000원) 받고 눈물도 흘렸어요.”
 
 
 

-회사에선 따로 사업하는 데 대해 뭐라고 하지 않나요?

 

“처음 계약할 때 미리 얘기했어요.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회사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라 이런 부분에선 개방적이더라고요. 인사담당자 역시 ‘나도 다른 일을 한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지금 스페인어게인은 어떤가요.

 

“지금도 큰 돈은 안되지만, 모부시에 합류하면서 안정적인 수입이 생겨서 그럭저럭 버티고 있습니다. 일종의 스페인 여행 정보 포털이죠. 현지에서 직접 발로 뛰어 모은 숙박시설, 맛집, 주요 관광 명소에 관한 정보를 올립니다. 홈페이지에 광고를 달아 수익을 얻습니다. 물론 여행 가이드도 하고, 사진작가로 여행 스냅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요.
 
 
돈도 돈이지만, 제 본업인 모바일 광고 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신혼부부에서부터 나이 많은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여행 가이드를 하다 보면, 그 사람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면 ‘타깃 마케팅’할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심층 설문조사를 하게 되는 거죠.”
 
 
 
스페인스냅

사진찍는 대니 한. 그는 ‘스페인어게인’의 여행 가이드 겸 사진작가로도 활동한다

출처 : 대니한 제공 

 
 
 

-투잡을 뛰면 수입도 많을 텐데요.

 

“회사와의 계약사항 위반이라 제 연봉을 밝히긴 어렵습니다. 한국에서 벌던 돈의 1.5배 정도는 버는 것 같아요. 게다가 제 또래 한국 부모들 보면 자식 영어학원이다, 뭐다 해서 사교육비에 허리가 휜다고 하잖아요. 제 딸아이는 만 7살,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식비만 내면 학비가 공짜죠. 학원 같은 데도 굳이 다닐 필요가 없고요. 여유로운 생활에 사교육비가 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에 대해선 꽤 만족합니다.”
 
 

◇전 세계적인 재능 기부 네트워크 만드는 게 꿈

 

 
그는 스페인에서 ‘투잡’을 뛰면서 바쁘게 살고 있지만, 재능기부 네트워크 ‘하인싸잇’ 활동은 계속하고 있다. 물론 거리가 떨어져 있어 오프라인 활동보다는 온라인 활동 위주다. 조만간 스페인에서도 하인싸잇과 같은 재능기부 네트워크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과 스페인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키우는 게 평생의 꿈”이라고 했다.
 
 



 
무료과외 하인싸잇

2010년 3월 24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대니한

출처 : 조선 DB

 
 
 

-왜 재능 기부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나요.

 

“코스타리카 유학할 때 고아 아닌 고아처럼 살았어요. 비행기 푯값이 비싸서 2년 반 동안 한 번도 부모님을 못 뵀어요. IMF로 인해 경제상황이 어려운 것을 알고 학교에서 장학금도 흔쾌히 줬고, 현지 교민들도 저를 불러 밥도 먹여줬죠. 주위의 도움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먹고살 만 정도가 됐을까요?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쉽지 않죠. 하지만 재능을 나누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또 다른 누군가를 도울 테고요. 사회가 전체적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될 겁니다.”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을 텐데요.

 

“쉽진 않겠지만, 저는 가능성은 꽤 높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공유 경제’라는 개념이 퍼지고 있잖아요. 이 개념을 재능 기부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엔 그저 기부였지만, 이젠 남는 자원을 서로 나눠 쓰자는 형태로요. 게다가 IT 기술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졌다는 점도 글로벌 재능 기부 네트워크를 꿈꿀 수 있는 이유입니다. 중국에 사는 중국인이 미국에 사는 미국인과 스카이프 같은 메신저를 이용해 서로 중국어와 영어를 가르쳐주는 식이죠.”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네이버 잡아라잡 :http://bit.ly/jobarajob
 
 
잡아라잡
 
 
 
 
잡아라잡 안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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