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드리드와
세스페데스 신부 고향마을과의 추억
전홍조 대사의 스페인 일기 ep. 27

8월의 마드리드와
세스페데스 신부 고향마을과의 추억
전홍조 대사의 스페인 일기 ep. 27

8월의 마드리드는 텅 비어 있다. 이미 7월말이 되면 모두가 휴가를 가고, 사무실에는 일부만 나와 전화만 받는다. 근무시간도 점심 시간 없이 2-3시에 마치는 것으로 조정된다. 7.11(수) 오후 3시에 산업기술개발원(CDTI)을 방문하여 Marin Perez 원장을 만났는데 직원들은 모두 퇴근한 상태였다. 시내에는 주로 외국 관광객들만 있다. 스페인 여름의 강렬한 태양을 경험하면 왜 2-4시에 시에스타(낮잠 휴식)가 필요한지 알수 있다. 해가 지는 9시가 되어야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다.
김수진 바이올리니스트, 김윤지 피아니스트
휴가의 계절에 맞게 문화원은 한여름의 콘서트(Concierto por la tarde en verano)를 7.21(토) 왕립 산 페르난도 예술원(Real Academia de Bellas Artes de San Fernando)에서 개최하였다. 이 예술원은 18세기 중반 카를로스 3세가 화가 교육기관으로 설립하였는데, 피카소, 달리, 보테로(콜롬비아)가 여기서 공부하였고, 고야는 원장을 지냈다. 지금은 미술관으로 프라도 미술관에 못지 않는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진과 피아니스트 김윤지가 바이올린 소나타를 협연하였다. 조금 이른 시간인 12시인데도 200개의 객석이 꽉 찼고, 주로 예술원 회원들인 관객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연주자들의 공연 전에 사회자가 먼저 연주자와 연주곡을 설명한 후, 한국 대사가 참석하였다면서 필자를 소개하였다. 이날 연주회 결과가 너무 좋아, 문화원과 예술원은 한국 클래식 연주회를 매년 봄, 가을 2회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예술원이 공연장과 홍보를 무료 제공하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그만큼 한국 클래식 음악인들의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이 음악회는 그해 가을, 그리고 2019년 봄, 가을에 계속되어, 필자는 매번 음악회 시작전에 한국대사로 소개받는 영광을 누렸다. 2020년에는 백건우 선생을 초청하기로 했는데 코로나 19로 취소되어 아쉽게 생각한다.
한여름의 콘서트, 산페르난도 예술원
8월초에 시원한 북부지방으로 휴가를 다녀온 후 8.9(목)에는 마드리드에서 남쪽으로 130km 거리에 있는 카스티야 라 만차주의 비야누에바 데 알카르데테(Villanueva de Alcardete)를 방문했다. 인구 5천명의 조그만 시골인 이 마을은 1593년 한국 땅을 밟은 최초의 유럽인인 그레고리오 데 세스페데스(Gregorio de Céspedes) 신부의 고향이다. 예수회 선교사였던 세스페데스 신부는 임진왜란 도중인 1593년 12월 27일 왜군과 함께 진해 웅천에 도착하여 1년 가량 머물렀다. 세스페데스 신부가 왜군의 종군 신부로 왔는지, 아니면 선교를 위해 일부 왜군 카톨릭 신자들의 보호하에 비밀리에 들어 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 그러나, 그가 작성한 4통의 서한 보고서(1601년 출판된 예수회 선교사의 역사에 포함)를 보면, 왜군의 야만적 행위와 약탈을 비난하였고, 일본에서 조선인 포로들의 노예 매매를 막는 등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한 것은 확실하다. 그가 임진왜란의 참상과 조선을 유럽에 처음 알렸던 역사적 의의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스페데스 문화센터 도서관
비야누에바 데 알카르데테 시청, Maria Verduguez 시장, Santiago Castillo 전 EFE 서울 특파원
이러한 사실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을 지낸 박철 교수의 연구로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스페인 EFE 통신사의 서울 특파원을 지낸 Santiago Castillo와 공동으로 노력한 결과, 1991년 비야누에바 데 알카르데테 시청이 세스페데스 문화센터와 기념조각상을 설립하게 된다. 1993년에는 진해 풍호공원에 같은 기념조각상이 설치되었고, 진해가 창원으로 통합된 이후인 2015년에는 장소를 확장하여 스페인식 정원으로 세스페데스 공원을 조성하였다. 양국의 도시들은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를 계속하고 있다.
세스페데스 문화센터와 기념조각상, Maria Verduguez 시장, 이영호 전북국제교류센터장
마을에 도착하니 Maria Dolores Verduguez 시장이 반갑게 맞아 주며 시청에 보관된 진해시와의 교류 사진과 기념품들을 보여 주었다. 처음에는 교류가 활발하였으나, 최근에는 발길이 뜸하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대사관에서도 그렇게 자주 온 것 같지는 않았다.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세스페데스 문화센터로 발길을 돌렸다. 센터앞에는 세스페데스 신부의 조각상이 있었고, 안으로 들어 가자 도서관에 세스페데스 신부에 대한 여러 책자들과 한국 소개책자, 태극기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마을로 들어가니 거리는 한국, 서울과 같이 한국 이름으로 지어 놓았다. 스페인의 작은 마을이 이렇게 한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 마을과 좀더 가까이 지내야겠다는 생각에 10월에 세스페데스 문화센터에서 전북국제교류센터 전통 무용단의 공연을 개최하였다. 2015년 예멘 내전으로 청해부대의 왕건함에 사무소를 차리고 근무한 것으로 잘 알려진 이영호 대사가 센터장이었는데, 고맙게도 공연을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2020년에는 수교 70주년 기념행사로 이곳에서 세스페데스 신부에 대한 학술회의를 계획했는데, 코로나 19 사태로 취소되어 아쉽게 생각한다.
전북국제교류센터 전통무용단의 비야누에바 데 알카르데테 공연
비야누에바 데 알카르데테 마을은 포도주 생산지이고(Cueva라는 스파클링 와인이 유명), 부근이 소설 돈키호테의 무대여서 El Toboso(돈키호테가 사랑한 둘시네아 공주가 산 마을), Campo de Criptana(돈키호테가 괴물로 착각하고 돌진한 풍차 마을), Puerto Lápice(돈키호테가 성으로 착각하고 머문 여인숙)를 탐방해볼만하다. 포도 수확기인 9월에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비야누에바 데 알카르데케의 한국거리(Calle Corea)
8.15(수) 문화원에서 개최된 광복절 행사에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 아버지 역할로 잘 알려진 맹봉학 배우를 만났던 것도 기억난다. 몇년전 부인과 함께 신혼여행으로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잊지 못해 이번 여름에 다시 부인과 순례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힘든 여정이긴 하지만 순례길을 통해 부부애가 더 깊어졌다고 하니, 정말 특별한 인연인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스페인의 첫 여름은 지나가고 있었다.
광복절 기념식에서 만난 배우 맹봉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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