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입니까?(2)

어느 날은 하루 종일 햇빛 한 조각 들지 않는 집, 어느 날은 버스와 오토바이가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시끄러운 사거리의 집, 어느 날은 담배 냄새 가득한 바의 윗집, 도대체 언제 지어진 건지 궁금해지는 벽난로-드라마처럼 운치 있는 모습은 절대 아니었다-가 있는 집, 화장실 문이 불어버려 닫히지도 않는 집 등 이 정도면 스페인 집의 특징들은 모두 파악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 중 빨래가 주렁주렁 널려있던 어두운 중정의 모습은 문화적 충격에 가까웠다. 미리 스페인 부동산 앱을 통해 수많은 집들을 보고 왔지만 역시 사진에는 그 집에서 가장 좋은 부분만 극대화되어 찍혀있었던 것임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런 건 이제 그만 속을 때도 됐건만 왜 나는 매번 당하는지.

저 많은 집들 중에 내 집은 대체 어디 있나. 가만 생각해보니 20대 때 직장을 구하면서 비슷한 말을 했었던 것 같은데….

예약을 해야만 집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일정이 빨리 끝난 날은 발품을 팔아 동네를 돌아다니고 눈에 띄는 부동산에 무작정 들어가 보기도 했지만 저 건너 깨끗하고 예뻐 보이는 집들 중에 왜 내 몫은 없는지, 원래 집은 다 제 임자가 있어 어느 날 짠하고 나타난다지만 이 정도 했으면 이제 그만 나에게도 그분이 나타날 때가 되지 않았나 마음 속 원망이 스멀스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즈음 드디어 원했던 것보다 크기는 조금 작지만 나머지 조건에 들어맞는 집을 만나게 되었다.

아이를 데리고 종일 걸어 다니려면 아이스크림과 놀이터는 필수! 다른 건 몰라도 이곳에서 아이스크림 가게와 놀이터는 정말 자주 만나게 된다. 없었으면 하는 시점에도 나타나 곤란할 정도.

지금 생각해보면 한정된 예산으로 나름 바르셀로나에서 치안이 좋고 남편 회사와 아이 학교가 도보로 가능한 지역에 살기 쾌적한 집을 찾으려다 보니 필터에 걸러진 집이 많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성수기가 지난 가을이라 남아있는 괜찮은 집이 얼마 없었던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건 결론은 한 달치 월세에 맞먹는 어마어마한 부동산 수수료와 정신적 그로기 상태를 당분간은 다시 겪고 싶지 않다는 것. 그렇게 겨우 구한 소중한 집이지만 집주인이 계약 때 약속한 사항들을 이사 후에는 못해주겠다고 통보를 해버리는가 하면 이전에 같은 집에 살았던 한국인은 보증금 전부를 돌려받지 못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오니 후에 이사 나갈 날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밀려온다.

집 계약을 앞둔 주말, 시내의 갈만한 호텔이 없어 시체스를 방문했다. 일주일만에 가족과 편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관광객이 아니므로 나의 밥짓기와 빨래는 계속된다.

그래도 살면 살수록 집 하나-집주인 빼고-는 잘 골랐다 싶다. 백화점과 이곳에선 흔치않은 연중 24시간 하는 마트, 채소가게, 정육점 등 모든 것이 집 앞에 있어 장 보는데 아쉬운 게 없고 직장과 학교는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25분 거리에 있으니 운동삼아 다니기도 괜찮은 거리다. 그래도 2년간 여기서 살아본 남편의 노하우와 안목 덕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집의 골랐으니, 잘 부탁한다. 새로운 우리집아!

Won 에디터

출판사에 근무하다 결혼과 출산, 너무도 평범하고 평화롭게 살던 서울 사람. 지금은 쉬운 듯 쉽지 않은 바르셀로나 생활을 막 시작한 꼬레아나 Wo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