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에 들어선 타자, 투수가 연거푸 던진 세 개의 공이 ‘볼’ 선언이 되자 갈등하기 시작한다. 투수의 다음 공, 혹은 다다음 공이 역시 ‘볼’이 되어 ‘볼넷’으로 출루하기를 기다리느냐, 아니면 과감히 휘둘러 볼 것이냐, ‘안정과 도전’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이다. 여기 자기인생의 3볼 상황에서, 과감히 배트를 휘두르는 남자가 있다. 안정적인 출루로 살길을 모색하지 않는다. 세상이 뿌리는 공을 향해 열정이라 쓰인 배트를 휘두르는 것이다. 마드리드에서 쇼핑, 워킹 투어, 스냅사진 서비스를 운영 중인 ‘스페인어게인’의 한혜훈(경영 03) 동문, 그의 이야기를 서강소식이 들어보았다.

 

한 동문은 경영학부 4학년 때, 산업자원부와 무역협회에서 주관하는 ‘청년무역’이라는 해외인턴제도 기회를 통해 LG전자 스페인 법인에서 인턴경험을 가지며 스페인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에 돌아와 자신의 길을 가던 한 동문은 7년 만인 2013년 스페인의 세계적인 경영대학원 ‘IE Business School MBA과정’을 통해 스페인을 다시 방문했다. 그 후 MBA과정 동안 한 동문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동시에 스페인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졸업 후엔 현지의 아시아계 인터넷 회사에 취직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는 제대로 스페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판단에 수개월이 지나지 않아 사표를 냈다.

이때 심경을 한 동문은 이렇게 말한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 정말 힘들어요. 저도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고 있는 미생이란 드라마를 즐겨 보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렇게 힘든 직장을 나오니 사회는 더 냉정하고 더 힘들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매월 꼬박꼬박 받는 월급이 너무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힘들게 버텼습니다. 스페인에 대해 공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정보를 주자고 다짐하면서요.”

그 결과, 한 동문은 대학원 동기와 함께 관광지, 맛집 등 여행정보를 공유하는 스페인어게인(www.SpainAgain.net)이라는 사이트를 열게 되었다.

 

홈페이지를 만들기 전부터 수도 마드리드의 각 상점들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여러 공부를 하며 패션과 맛집 등의 소비 트렌드를 이해했다는 한 동문, 그는 이 작은 사이트가 지금의 투어가이드 일까지 이어지게 된 계기를 이렇게 소개한다.

“나에게 도움이 되고 관심 있는 컨텐츠를 사이트에 올리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었는지 많은 분들께서 방문하셨고 또 좋은 정보를 공유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들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이 참에 쇼핑투어도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몇 분의 의견에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 그는 마드리드 쇼핑투어, 워킹투어, 근교 차량투어 및 스냅 사진 서비스 등을 ‘프라이빗 투어(Private Tour)’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패키지 여행을 오시는 분들은 비교적 저렴하게 오실지 몰라도 20~30여명의 그룹 속에 빡빡하고 원하지 않는 일정들이 있어 여행이 끝난 후 ‘힐링(Healing)’되는 것이 아닌 ‘킬링(Killing)’이 되는 것을 종종 보았습니다. 비싼 항공권과 숙박비를 내면서 스페인을 제대로 보지 못하시고 떠나는 분들이 많은 거죠. 이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맞춤형 프라이빗 투어를 제공하니 만족하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너무 좋아해 다시 찾은 스페인을 다른 분들도 제대로 체험하고 떠나셔서 ‘꼭 한 번 더 가고 싶은 스페인’의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큰 돈을 벌기보다는 방문객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하고 이를 자신의 배움으로 생각한다는 한 동문은 앞으로도 사람들을 이해하고 노하우를 계속 쌓아 향후 스페인과 한국이란 두 시장을 이어갈 수 있는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한 동문에게 이 글을 읽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살아가면서 후회를 많이 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고 노력을 하면서 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장사를 해보지 않은 건 조금 아쉽네요. 후배님들은 학생 때에 취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을 사업화해 보았으면 합니다. 요즘은 정보접근이 용이하고 인프라가 발달해 누구나 사업을 시작 할 수 있다고 봐요. 다만 성공이 어렵겠지요. 하지만 학생 때 실패도 해 봐야 나중에 실전에서 더 큰 실패를 피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또 이런 과정에서 본인만의 전문분야를 개척해 나가다 보면 길이 보일 거라 생각합니다.”

 한 동문은 대학시절, 서강의 기본에 충실하고 끊임없이 탐구하며 노력하는 정신을 배웠기에 현재의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큰 꿈을 향한다기보다 스페인이라는 새로운 시장과 한국을 잇는 사업을 펼치기 위해 배우는 중이라는 한 동문, 그의 도전이 멈추지 않기를 기원한다. 

글     │ 오대권 (학생기자, 신방 15) odragon@sogang.ac.kr

사진  │ 스페인어게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