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 휴가 시즌이 끝나고 마드리드는 다시 활기를 찾았다.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도 생기가 넘쳤다. 정무,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활동이 재개되었다. 9.10(월)에는 산체스 총리 정부 출범후 새로 임명된 외교부의 Ana María Sálomon 국장을 만났다. 그런데, 직책이 이전의 북미·아태 국장에서 북미·아태·동유럽 국장으로 바뀌었다. 이전 업무에서 동유럽이 추가된 것이다. 스페인 외교부의 지역담당국은 유럽, 북아프리카·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북미·아태로 나누었는데, 유럽국에서 동유럽을 떼어 북미·아태국에 붙인 것이다. 한마디로 관련이 없는 3개 지역을 합쳐 놓은 것인데, 독자적인 아태국을 기대했던 필자에게는 많이 실망스러웠다. Sálomon 국장은 주사이프러스 대사, 주이탈리아 공사를 지낸 여성외교관으로 선이 굻고 입장 표명이 명확하였다. 이후 2020년 12월 필자의 이임시까지 카운터파트로서 펠리페 6세의 국빈 방한 등 많은 일을 함께 하였다. 싱가포르 근무를 마치고 부국장으로 온 Pilar Méndez와 한국에서 공부했던 Manuel de Iglesia 담당관도 함께 배석하여 인사를 나누었다. 이날 면담에서는 9월말 유엔총회 계기에 양국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하였고, 추후 개최에 합의가 되었으나, 예기치 못한 산체스 총리의 사정으로 이루어지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출범 100일을 넘긴 산체스 정부가 스캔들로 2명의 장관이 사퇴하였고, 총리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 표절과 또 다른 장관의 스캔들 의혹이 제기되어, 정권이 상당히 불안한 상황이었다.
8.30(목)에는 아시아나 항공의 인천-바르셀로나 직항 취항식에 참석하였다. 이 행사는 한국에서 첫 승객들을 태운 항공기가 바르셀로나 El Prat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에 개최되었다. Montserrat Garcia Llovera 바르셀로나 중앙정부 대표, Damia Calvet Valera 카탈루냐주 지속개발장관, Isidre Gavin Vallas 카탈루냐주 인프라 및 교통 사무총장, David Navarro 아시아교류재단 원장이 참석하여 축하해 주었다. 이제 스페인이 관광 분야에서 확실히 한국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 이로써 양국간 직항은 마드리드 주 4회(대한항공) 및 바르셀로나 주 8회(대한항공, 아시아나 각각 주 4회)로 확대되었다.
9.12(수) 한국 진출기업들과의 기업지원협의회, 9.19(수) 마드리드 상공회의소 주최 화학 분야 투자유치설명회, 9.20 수출투자클럽 주최 한국경제설명회를 개최하였다. 9.27(목)에는 다시 바르셀로나로 가서 아시아교류재단(Casa Asia)과 Barcelona Activa(바르셀로나 경제개발기관) 주최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하였다. 카탈루냐는 양국 교역의 30%를 차지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또한 당시에는 주바르셀로나 총영사관 개설이 최종 결정되어 최준호 부총영사가 선발대로 파견되어 사무실 물색 등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를 경제적 및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볼 때, ‘22@ 지구’를 빠뜨릴 수 가 없다. 도시 북동부 해안에 위치한 이 지역은 과거 방직공장들이 밀집한 산업단지였으나, 제조업의 쇠퇴로 황폐해졌다. 바르셀로나는 이지역을 1990년대부터 지식집약형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변모시켜, 현재 미디어, ICT, 바이오제약, 디자인, 에너지 분야에서 4,500여개의 기업이 입주하여 5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이지역의 랜드마크 건물은 길고 뾰쭉한 대포알 모양의 Agbar Tower이고, Barcelona Activa도 이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에서 출장온 방문단들이 빠짐없이 견학을 오는 곳인데, 필자가 조셉 로카 Barcelona Activa 소장에게 한국 사람들이 너무 자주 오는 것 같다고 말하자, 자기는 전혀 불편이 없다면서 더 많은 방문을 기대한다고 답변하였다.
9.26(수)에는 제2차 스페인 산업연결 4.0 콩그레스에 참석하였다. 스페인 정부는 4차산업혁명에 대비하기위해 산업의 디지털화와 산업 4.0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콩그레스는 이를 진흥시키기 위한 행사였다. 스페인 정부는 콩그레스를 국제행사로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다음 행사에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한 상태여서, 필자가 직접 확인해보려고 참석한 것이었다. 펠리페 6세 국왕, 관계장관들, 관련 기업들을 포함, 천여명이 참석하고, 분야별 토론, 전시회까지 개최하는 큰 행사인 것을 확인하고, 한국의 주빈국 참가를 꼭 실현시켜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무엇보다도 양국간 협력의 범위를 4차산업혁명 분야로 확대시킬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날 행사후 Raul Blanco 산업차관과 인사를 했는데, Blanco 차관은 내년 행사에 한국이 참가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하였고, 필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하였다.
9.18(화)에는 왕립 엘카노연구소를 방문하여, Charles Powell 원장을 만났다. 엘카노연구소는 2001년 설립된 국제문제 think tank로 민간 재단이긴 하지만 국왕이 명예회장을 맡고, 외교, 국방, 경제, 교육, 문화 장관이 이사회에 참가하는 등 정부의 후원을 받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연구와 세미나 개최를 주로 하고 있다. 특히 유럽 각국의 한반도 문제 연구소들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유럽의 역할”에 대한 대화를 정례적으로 개최하는데, 한국과 북한 인사들을 초청하기도 한다. Powell 원장과 Mario Esteban 연구원은 북한도 몇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고, 당시 남북간 화해 분위기로 인해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많이 고무되어 있었다.
9.15(토)에는 한글학교를 방문하였는데, 이인숙 교장과 선생님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들을 교육하시느라 고생이 많았다. 그냥 가기도 그렇고 해서, 피자를 시켜주었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국회, 정부, 지자체의 방문이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