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벌써 11월말에 접어 들었다. 주말에 나들이한 마드리드 시내의 레티로 공원과 남쪽 아란후에스(Aranjuez) 궁전에는 낙엽이 쌓이고 예쁘게 단풍도 들었다. 가을에 있었던 중요한 일들은 대개 앞 편에서 소개하였으나, 그래도 기억에 남는 몇가지 일들이 더있어 적어 보고자 한다.
먼저 10.10에는 플랜트 전문 건설기업 Técnicas Reunidas를 방문하였다. 앞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스페인은 해외수주액 세계 2위의 건설강국으로 한국기업들과 17개국에서 56건의 프로젝트(129억불)를 공동으로 수행하였다. 그중에서도 Técnicas Reunidas는 한국기업들과 가장 활발히 제3국 공동진출을 한 기업이다. 도착하니 Manuel Valencia 부사장, Jose Pedro Sebastian 사무총장, Miguel Paradinas 전무, Carlos Molinero 이사가 필자, 이창원 서기관, 류재원 KOTRA 관장을 반갑게 맞았다. Valencia 부사장과 Sebastian 사무총장은 주중국 대사를 역임한 외교관 출신이라 친밀감을 느꼈다.
Valencia 부사장은 Técnicas Reunidas가 1981년 대림산업과의 인도네시아 정유공장을 시작으로 터키, 쿠웨이트 등 많은 나라에서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하였고, 현재는 바레인, 오만에서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한국 파트너 기업들의 기술진이 마드리드에 파견되어 함께 엔지니어링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이렇게 오랫동안 한국기업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하자, Valencia 부사장의 대답이 인상적이어서 여기에 소개한다. “한개의 프로젝트가 준비에서 이행을 거쳐 완료까지 7-8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파트너 기업과의 조화가 매우 중요하다. Técnicas Reunidas는 한국기업들과 각자의 장점을 살리는 방식의 협업 노하우를 구축해 왔고, 다른 나라 기업들과는 달리 케미스트리가 잘 맞았기 때문에 모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칠수 있었다.”
10.31에는 이임하는 Omer Onhon 터키대사를 위해 관저에서 송별 만찬을 개최하였다. 흔히들 터키는 형제국으로 부를만큼 우리와 가까운 나라인데, 마드리드에서는 대사관저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이었다. Onhon 대사 부부는 필자의 부임 이후 필자 부부를 자주 초대하여 동료 대사들을 소개하는 등 많은 배려를 하였기 때문에 이임한다고 하니 매우 섭섭하였다. 한국을 매우 좋아해서 친하게된 Jorge Tagle 칠레대사, Anatoliy Scherba 우크라이나 대사, Jaroslav Blasko 슬로바키아 대사 부부를 함께 초청하여,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특히 Scherba 우크라이나 대사는 부부가 외교관인데, 딸이 열렬 K-Pop 팬이어서 BTS 파리 공연을 온 가족이 표를 사서 보러 갈 정도였다. 그러니, 이런 모임에서는 필자가 BTS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이 부부가 알아서 잘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10.8에는 새로 주한 대사로 부임하는 Juan Ignacio Morro 대사를 관저 오찬에 초청하였다. 당시 외교부 유엔·인권국장으로 일했기 때문에 몇차례 업무적으로 만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첫 근무지가 한국이었는데, 1996년 후안 카를로스 1세 국왕이 방한하였다면서, 펠리페 6세 국왕의 방한 실현을 위한 강한 의지를 보여 기분이 좋았다. 이후 필자의 이임시까지 긴밀히 소통하며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였다. 필자의 귀국후 Morro 대사의 관저에서 마스크를 쓰고 함께 찍은 사진을 여기에 넣었다.
11.21에는 한-스페인 취업박람회를 개최하였다. 이 행사는 스페인내 한국 유학생, 교포 자녀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KOTRA가 주관하고 대사관이 후원하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20개의 한국 및 스페인 기업들이 참여해주어 너무 고마웠다. 감사의 인사를 하자, 기업들도 자신들이 필요한 인력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참여를 했다고 한다. 이날 참가한 구직 후보자는 70여명이니 한 기업당 평균 3-4명이 지원한 셈이다. 이날 행사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기업 관계자들의 기업 브리핑과 함께, 대사관 자문 변호사인 이윤교 변호사의 스페인 취업 및 노동에 대한 법률 자문, 신혜민 영사의 한-스페인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소개 등 다채롭게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