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겪은 한가지 사례를 이야기해 보겠다. 2019.1월 주바르셀로나 총영사관 개관식에 주정부 대외장관(Consejero de Exteriores)과 카탈루냐 중앙정부 대표(Delegado del Gobierno en Cataluna)가 참석했다. 스페인은 자치주에서 중앙정부를 대표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일을 관장하기 위해 차관급 관리를 자치주에 파견한다. 사정상 이들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분위기가 이상하지 않을까 우려를 했는데, 다행히 소수만 참석한 현판식에서는 서로 축하 인사만 하고 별다른 일은 없었다. 그러나 이어 시내 호텔에서 개최된 기념 리셉션 행사에서 주정부 대외장관이 자기 인사말 차례에서 느닷없이 카탈루냐 주민들의 자결권 이야기를 하면서 정치적 발언을 했다. 다음 차례인 중앙정부대표는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어쩔 수없다는 듯이 주장관의 발언을 반박했다. 순간 장내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경사스러운 날에 이런 모습을 보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또 다른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카탈루냐 분리독립 지지자들은 투옥된 전 주정부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노란 리본을 옷에 달거나 건물에 부착하였다. 그런데 사정을 모르는 한국 방문객들은 노란 리본을 보고 카탈루냐 주민들이 어떻게 세월호 사건을 아느냐고 물어 보곤 하였다. 후에 결국 노란 리본이 킴 토라의 발목을 잡고 만다. 2019년 4월 총선 캠페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제네랄리타트 건물에 부착된 노란 리본이 선거법 위반이라면서 철거를 명령했는데, 킴 토라 주지사는 2번이나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주고등법원은 12월 18일 킴 토라에게 1년 6개월간 공직 수행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린다. 대법원에 항소하였으나 대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려 2020년 9월 28일 주지사직에서 물러났다.
킴 토라의 주지사 사임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어온 조기 주의회 선거가 지난 2.14 실시되었다. 결과는 여전히 분리주의 정당들이 과반수를 획득하여 정권을 유지할 것 같다. 다만 ERC가 JxCat(PDeCat에서 분리된 푸지데몬 전 주지사 세력)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하여 제네랄리타트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반분리주의 정당들은 분리주의 정당들의 분열과 같은 호재를 활용하지 못하고 과반수 확보에 실패했다.
그러면 카탈루냐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결론적으로 분리독립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먼저 스페인 헌법이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헌법에 의하면,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은 카탈루냐 주민투표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고, 스페인 국민들의 다수가 찬성해야 가능하다. 카탈루냐외 스페인 국민들이 찬성할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산체스 총리의 사회당 중앙정부가 제네랄리타트와 대화를 하고 있지만, 이들이 요구하는 자결권을 인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둘째, 카탈루냐에서도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세력이 절대적이지 못하다. 분리독립 지지 정당들이 계속 집권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2017년 주민투표에서 분리독립을 찬성하는 비율이 90%였다고 하나, 투표 참가율이 42%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대부분 찬성자들이었다. 다만 지난 2.14 주의회 선거에서 4개 분리주의 정당의 득표율이 50.77%였던 점은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카탈루냐주는 4개의 도(provincia)로 구성되어 있는데, 상공업이 발달한 바르셀로나(Barcelona)와 타라고나(Tarragona)는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비율이 낮고, 그렇지 않은 예이다(Lleida)와 지로나(Girona)는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비율이 더 높다.
셋째, 분리독립 지지 세력내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카탈루냐 주정부는 카탈루냐 유럽민주당(PDeCat, 중도우파)과 카탈루냐 공화당(ERC, 중도 좌파)으로 구성되어 있다. PDeCat은 강경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반해, 최근 ERC는 중앙정부와 대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PDeCat도 친 푸지데몬파와 반 푸지데몬파로 갈려, 친 푸지데몬파가 떨어져 나와 JxCat(카탈루냐를 위하여 함께)로 2.14 선거에 참가하였다.
마지막으로 국제사회도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분리독립 정치 지도자들은 카탈루냐가 독립하면 EU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