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부임한지 3달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행사에 참석하면서 어느 정도 현지 상황을 파악하였다. 이제는 전략을 짜야 할 때가 되었다. 전략이라는 거창한 용어보다는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계획이라는 단어가 더 적당할 것 같다. 차석인 최종욱 공사참사관을 비롯하여, 분야별로 민보람 서기관(정무), 이창원 서기관(경제), 고일권 무관(방산), 이종률 문화원장(문화), 유지한 서기관(공공외교), 유승주 참사관(영사)과 협의를 했다. 유재원 KOTRA 관장도 좋은 의견을 주었다.
2018년 한-스페인 양국관계 상황을 보면, 스페인은 2008년 금융위기로 발생한 경제침체를 극복하고 이전의 경제력을 회복하고 있었고, 한국도 2014년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방영 이후 스페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양국간 경제, 문화 및 인적 교류가 확대되고 있었다. 특히 2017년에 스페인을 방문한 한국인은 45만명으로 2013년 11만명에 비해 4배가 증가하였다. 그러나, 세계 12위와 13위인 양국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여러 분야에서 실질 협력의 수준은 높지 않은 편이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서로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 부족이었다. 스페인은 대외관계가 유럽과 중남미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본격적인 아태지역 진출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10년이 늦었다. 한국도 스페인을 주로 문화와 관광 측면에서 이해하고, 스페인이 가진 경제와 산업 경쟁력과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하였다.
이러한 측면을 감안하여, 4가지 큰 틀에서 대스페인 외교전략을 구성하였다.
첫째, 증가 추세에 있는 인적, 문화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양국 국민들간 상호 이해와 인식을 제고하고, 이러한 현상이 교역 및 투자 확대로 연결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하였다. 인적 교류 확대를 위해 워킹홀리데이 협정의 조속한 발효와 효율적인 시행 준비, 항공협정 전면개정의 서명과 발효, 아시아나 항공의 바르셀로나 취항 지원, 주바르셀로나 총영사관 개설 준비, 주요 문화기관(성가족 성당 등)의 한국어 안내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문화 교류 확대를 위해 주스페인 문화원 활동의 외연 확대, 스페인 대학들의 한국학과정 운영 및 세종학당 설치 지원, 한류팬(3개 동호회, 33개 K-Pop 팬클럽)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추진하고, 공공외교 강화를 위해 주요기관 및 대학들에 대한 강연 및 스페인어 SNS 활동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최근 양국 국민들의 상호 문화에 대한 관심 증가로 한국 자동차, 전자제품, 화장품 등의 스페인 수출과 스페인 농식품(육류, 올리브, 와인), 소비재(가방, 의류, 신발) 등의 한국 수출이 증가한 점을 고려하여,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하기로 하였다. 한편, 한국 방문객들의 사건사고 증가에 따라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업무 체제도 지속 점검하기로 하였다.
둘째, 여러 산업분야에서 양국이 유사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한 교역과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이를 위해 새로운 협력분야를 발굴하기로 하였다. 먼저 지금까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건설.인프라 분야에서 양국 기업들의 제3국 공동진출을 계속 확대하기 위해 양국간 건설협력포럼, 비즈니스 네트워킹 개최 등과 같은 지원을 계속하기로 하였다. 양국 기업들은 지금까지 17개국에서 총 56개 사업(129억불)을 공동 수주하였다. 새로운 협력분야로 재생에너지 선도국(재생에너지 발전비중 39%)이자 Gamesa와 같은 세계적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는 스페인과 재생에너지 협력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한국도 신정부 출범 이후 2030 계획(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확대)이라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연구용역 시행, 협력포럼 개최, 협력 MOU 체결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다. 4차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디지털 경제협력도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스페인이 개최하는 Mobile World Congress를 통한 양국 정부 및 기업간 협력과 스페인 정부가 요청하고 있는 “스페인 산업연결4.0 콩그레스” 주빈국 참가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셋째, 2020년 양국 수교 70주년을 양국관계를 한 차원 높게 발전시키는 계기로 적극 활용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양국 정상의 상호방문, 특히 2차례 연기된 펠리페 6세 국왕의 방한을 최우선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수교 기념행사로 세계 3대 관광박람회인 마드리드 국제관광박람회(FITUR) 주빈국 참가, 양국관계 70년을 정리하는 기념책자 발간, 각종 학술회의와 문화행사들을 추진하고, 양국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공식 선언하여, 지난 70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한 새로운 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였다.
마지막으로, 스페인을 통한 대중남미 협력강화를 전략의 하나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같은 언어와 역사적, 문화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중남미에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스페인은 우리의 대중남미 외교에 중요한 국가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이베로아메리카공동체와의 협력 강화, 양국 정부간 대중남미 협의체 활성화, 양국기업들의 중남미 공동진출 지원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다.
향후 3년간 업무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렸다. 이제는 차근 차근 실현해 나가야 한다. 목표한 바가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