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정권 교체
전홍조 대사의 스페인 일기 ep. 23

갑작스러운 정권 교체
전홍조 대사의 스페인 일기 ep. 23

6.1(금) 하원에서 국민당(PP) 정부의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통과되었다. 1주일 전인 5.25(금) 페드로 산체스(Pedro Sanchez) 사회당(PSOE) 당수가 불신임안을 제출했을때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산체스 대표가 불신임안을 발의한 직접적인 배경은 5.24(목) 국가고등법원(Audiencia Nacional)이 1999-2005년 기간 동안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전 국민당 지도부 29명(소위 Gürtel 사건)에 대해 무더기로 유죄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불신임안 통과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전망했다. 사회당의 의석이 하원 350석중 85석에 불과하였으며, 극좌파인 포데모스연합(Podemos Unidos, 71석)이 합류하더라도 과반수인 176석에 20표가 모자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카탈루냐 분리독립정당(ERC, PDeCAT)과 바스크(PNV, EH Bildu), 발렌시아, 카나리아 지역정당들이 찬성표를 던저 180표로 통과되고 말았다.
6.1(금) 하원 불신임안 가결후 Pedro Sanchez 신임총리에게 축하인사를 하는 Mariano Rajoy 전총리
국민당과 라호이 총리는 경제위기의 와중인 2011년 11월 조기 총선에서 정권을 맡아, 2012년 6월 EU의 금융지원을 신청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2013년 12월 금융지원을 종료하고, 2017년에는 경제위기 이전의 GDP를 회복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스캔들(Gürtel 사건외에도 재판중인 사건이 2개가 더 있었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긴축정책으로 고통을 받는 국민들의 불만은 2015년 12월 총선에서 신생정당 포데모스연합(극좌파), 시민당(중도우파)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서, 1978년 민주화 이후 유지되어온 양당체제가 무너지고 말았다.
산체스 총리는 불신임안에 찬성한 정당들과 연합하지 않고, 6.2(토) 85석을 가진 불안정한 소수 정부로 출범을 했다. 그리고 카탈루냐 분리독립정당들이 불신임안 찬성을 이유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산체스 총리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의원내각제가 다른 국가들과 다른 점은 소수 정부 출범이 가능한 것 외에도 총리나 각료가 의원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산체스 총리가 당시 의원 신분이 아니었다.
정권 교체로 필자도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스페인 부임후 지난 4개월간 열심히 정부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 왔는데, 새 정부가 구성되면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나중에 2-3개월간 정부 인사를 보니 중앙부처 국장급들까지 대거 물갈이 되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어 중앙부처를 제외한 분야의 일들은 예정대로 진행하였다.
한국화장품 시연회
신임장 제정식 다음날인 6.7(목)에는 KOTRA와 한국문화원이 문화원에서 개최한 K-Beauty 행사에 참석하였다. 화장품과 문화가 잘 조화된 행사였다. 문화원 2층으로 올라가니 각종 화장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강당에서는 상담 열기가 뜨거웠다. 20개 한국업체들이 33개 스페인 수입업체와 상담을 하고 있었다. 대나무, 알로에, 녹차 등 자연재료가 스페인 여성들의 호기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 17백만유로의 한국 화장품이 수출되었고, El Corte Inglés, Sephora 등 전국적으로 유통망이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1층으로 내려 오니 도영심 STEP 재단 이사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전 산세바스티안 UNWTO 집행이사회에서 만났는데, 이번에는 몇개의 한국 화장품 회사들을 이끌고 방문했다고 한다. Gonzalo Ortiz 주한 스페인대사의 조카, Taleb Rifai 전 UNWTO 사무총장의 딸, Grace Kelly 모나코 대공비의 손녀(혹시 필자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음)를 소개한다. 모두 자기가 연락하여 왔다고 한다. 정말 인적 네트워크가 대단한 분이다. 잠시후 스페인 유명 모델이 진행하는 시연회가 시작되자 150여명의 참석자들이 무대 주위로 몰렸다.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정말 대단하였다.
한국화장품 상담 행사장
Rebecca Grynspan 이베로아메리카 사무총장 면담
이날 오후에는 레베카 그린스판(Rebecca Grynspan) 이베로아메리카 사무총장을 면담했다. 1992년에 발족한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의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사용 22개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무국(SEGIB)은 마드리드에 있다. 한국은 2016년 옵서버로 가입하였는데, 정회원국은 아니지만, 사무국과 포럼 개최, 지식공유사업 시행과 같은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한국 인턴의 사무국 파견사업에도 합의하여 가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한국이 이렇게 열심히 협력해서 그런지, 그린스판 사무총장은 필자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그리고 필자가 직전에 주코스타리카 대사로 일했다고 하니까, 분위기가 더욱 친근해졌다. 그린스판 사무총장이 코스타리카 부통령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SEGIB을 우리의 대중남미 협력강화를 위한 중요한 채널로 활용하기 위해 재임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반도국기 비빔밥을 비비기 직전
6.9(토)에는 세계한인여성연합회(KOWIN) 스페인 지부가 한인회와 함께 개최한 자선 행사에 참석하였다. 한식 판매를 통해 장학금과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마련하는 행사인데, 한인들은 물론 스페인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였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큰 통에 마련한 한반도 국기 모양의 비빔밥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밥을 비비며 즐거워했다. 이인자 회장을 비롯, KOWIN 회원분들이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이날 EFE 통신 한국특파원을 지낸 산티아고 카스티요(Santiago Castillo)와 같은 친한 인사들도 많이 만났다.
Antonio Rebollar 경제산업부국장, 류재원 KOTRA 관장
6.11(월) 조셉 피케(Josep Piqué) 전 외교장관을 만났다. 1996년부터 산업장관, 외교장관(2000-2002), 과기장관(2002-2003)을 역임한 정치인이자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이기도한 이 분은 외교장관 시절에 스페인의 대아태지역 전략을 처음으로 입안하였다. 한국과도 인연이 많아 산업장관 시절 한국을 방문하여 산업기술협력 MOU를 체결하였고, 2012년에 설립된 서-한 상공회의소의 명예회장을 맡기도 하였다. 피케 전 장관은 필요한 계기마다 항상 흔쾌하게 필자에게 유용한 조언과 도움을 주어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투자홍보대사로 위촉된 Josep Pique 전 장관(202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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