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헌법 이야기
전홍조 대사의 스페인 일기 ep. 34

스페인 헌법 이야기
전홍조 대사의 스페인 일기 ep. 34

스페인 헌법 40주년 기념식(하원)
12월 6일은 스페인의 제헌절이다. 스페인은 1975년 프랑코의 사후 민주화 과정을 착실히 진행하여 모든 정치세력들의 광범위한 합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민주헌법을 제정하였고, 1978년 12월 6일 국민투표에서 88.5%의 찬성으로 채택되었다. 당시 스페인 의회는 프랑코가 임명한 의원들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었고, 공산당 합법화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정파간 대립이 심각하였으나, 후안 카를로스 1세 국왕과 아돌포 수아레스 총리 등 정치인들이 정파의 이익이 아닌 진정한 국익을 위한 마음을 가지고 이러한 난제들을 극복하였고 생각한다. 스페인의 정치적 리더십이 빛나는 시기였다. 후안 카를로스 1세 국왕은 1981년 2월 23일 하원에서 개최된 칼보 소텔로 신임 총리 취임식에서 발생한 쿠데타를 단호히 거부함으로써 다시한번 민주화를 지켜내었다.
스페인헌법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전직 총리들. Mariano Rajoy, Jose Luis Rodriguez Zapatero, Jose Maria Aznar, Felipe Gonzalez. Juan Carlos 1세 전국왕내외
2018년은 이러한 헌법이 제정된 지 40주년이 되는 해였다. 곳곳에서 많은 행사들이 개최되었다. 외교분야에서도 펠리페 6세가 주재한 ‘민주주의 외교 40주년’ 기념식과 전시회가 아메리카 문화원(Casa America)에서 개최되었다. 12월 6일에는 하원에서 개최된 헌법 40주년 기념식에서 펠리페 6세는 후안 카를로스 1세 전 국왕과 정부각료,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헌법을 ‘화합을 위한 영원한 명령(un mandato permanente de concordia)’이라고 천명하였다.
언론에서는 연일 1978년 헌법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향후 전망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스페인헌법 40주년 기념 로고
새로운 민주헌법하에서 스페인은 지난 40년간 정치, 경제, 사회, 대외관계 등 모든 면에서 번영을 이룩하였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가 확립되어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렸다. 17개의 자치주가 만들어졌고, 주민들에게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하여 지방분권주의가 실현되었다. 광범위한 자치권에 기반한 국가통합을 추구한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1인당 GDP가 1978년 4,000불에서 2017년 28,500불로 7배가 증가하였고, 관광, 교통, 인프라, 에너지, 통신,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이 이루어졌으며, 시민적 권리도 비약적으로 확대되었다.
대외적으로는 유럽연합(EU) 가입을 통해 유럽의 민주주의 체제에 복귀하였으며,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의 출범을 통해 과거 식민지 국가들과 공정하고 평등한 공동체를 형성하였고, 국제무대에서 평화, 인권, 개발에 기여하는 역할과 존재감을 확대시켰다.
1978년 스페인 헌법
그러나, 1978년 헌법이 더이상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국가 발전을 막고 있다는 의견이 많이 대두되고 있다. 먼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으로 2015년 이후 기존의 양당 체제가 무너지고 4당 체제로 전환되어, 한 정당의 단독 집권이 어려워졌으나, 당리당략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정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2016년 이후 의회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소수정권이 계속되고 있다.
온정주의와 연고 중시 문화(amiguismo)가 확산되어 많은 부패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흔히들 스페인 사회는 정당-정부-기업-사회 각계가 하나로 연결된 체인과 같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정권이 바뀌면 사회 모든 분야의 주류가 바뀐다는 말이다.
정부의 행정 효율성도 비판의 대상이다. 2019년 WEF 국가경쟁력 지수를 보면 스페인은 모든 분야에서 세계 14위의 경제대국에 걸맞는 순위를 가지고 있으나, 유독 정부의 규제부담과 장기비전 부문에서는 100위 밖에 랭크되어 있다.
그러나, 최대 문제는 “카탈루냐 분리독립 운동으로 야기된 국가통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인 것 같다. 카탈루냐 분리독립 운동이 스페인의 헌법과 통치 구조에 근본적인 도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 외교 40주년 전시회(Casa America)
이러한 상황에서 개헌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2018년 9월 사회연구센터(CIS) 여론조사에서는 스페인 국민들의 69.6%가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2019년 극우정당(VOX)의 출현으로 5당 체제로 더욱 파편화된 정치권이 개헌 논의를 계속 할지는 미지수이다. 한국도 1987년 제정된 민주헌법이 더이상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으나, 개헌 추진은 번번히 무산되어 왔다. 스페인의 개헌 문제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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