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시작되었다. 조용했던 연말연시 연휴가 끝나고 1월 중순이 되자 한국에서 많은 인사들이 스페인을 방문하였다. 그중 최고위급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다. 김현미 장관은 폴란드 바르샤바에 소재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를 방문하여 남북철도 협력에 대한 OSJD와의 협력문제를 협의하고, 1.15 오후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하였다. 도착후 먼저 스페인철도관리청(Adif)를 방문하여, 세계 2위의 3,410km 망을 가진 스페인 고속철 운영 현황과 해외 진출 현황을 설명듣고, 아토차(Atocha) 역을 둘러 보았다.
1.16에는 개발부를 방문하여 José Luis Ábalos과 회담을 가졌다. 필자가 개발부에 도착하니 Juan Ignacio Morro 주한대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1달전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을 위해 귀국했을때 만났는데, 다시 마드리드에서 재회하니 반가웠다. 휴가차 귀국하였는데 오늘 장관 회담이 있어 왔다고 한다. 양국 장관 회담은 다양한 현안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오가면서 잘 진행되었다. 특히 필자가 지난 12.20 한-스페인 항공협정전면개정안 서명식에서 Ábalos 장관에게 양국간 항공 및 건설 협력, 인적교류 현황에 대해 설명했던 덕분인지, Ábalos 장관이 현안을 잘 이해하고 있어, 기분이 좋았다. Ábalos 장관은 또한 회담중 김현미 장관에게 여러번 필자의 외교 활동을 언급하며 필자의 사기를 높혀준 배려가 기억난다.
이날 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건설 분야에서 제3국 공동진출을 철도, 공항, 스마트시티 분야로 확대하고, 재원 지원을 위해 한국의 해외인프라·도시개발 지원공사(KIND)와 스페인의 금융공사(ICO)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양기관은 이날 별도로 협력 양해각서도 체결하였다. 이날 오후에는 해외건설협회와 스페인건설협회(SEOPAN)가 ‘한-스페인 건설 네트워킹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하였다. 필자가 작년 6월 ‘한-스페인 건설협력포럼’ 등 여러 행사들을 개최하여 참석한 기업 대표들도 잘 알고 있고 해서, 김현미 장관에게 일일이 인사를 시켰다. 시간을 내어 왔는데 정작 장관과 인사를 나누지 못하면, 실망이 커지 않을까 생각해서였다. 이날 행사는 특히 김현미 장관이 스페인건설협회와 기업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함으로써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2019년에도 새해 출발이 좋은 것 같다.
1.22에는 펠리페 6세 국왕 내외가 왕궁에서 주최하는 외교단 신년하례식에 참석하였다. 모든 나라가 외교단에게 매년 국가원수를 만날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은 이런 면에서 특별한 나라인 것 같다. 그러나, 스페인에 상주하는 대사관과 국제기구가 140여개에 달하고, 겸임 대사들을 포함하면 200여명이 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왕궁으로 출발하기 전에 두가지 목표를 정했다. 하나는 국왕에게 한국 방문 여부와 시기를 물어 보는 것이고, 또 다른 것은 Sanchez 총리와 인사를 하고, 시간이 가능하면 양국 정상회담에 대한 의향을 물어 보는 것이었다. 왕궁에 도착하여 주어진 비표 순서에 따라 리셉션 방으로 입방한다. 비표 순서는 대사들의 신임장 제정순서이다. 필자는 부임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순서가 뒤 쪽이다. 리셉션 방에서 국왕내외와 악수를 하고, 행사장인 왕관의 방(Sala de Trono)에 들어가 순서대로 선다. 여기에서도 필자는 뒤 줄에 서서 국왕이 보이지 않았다. Lyu Fan 중국대사는 부임한지가 4년이 되어서 오늘 맨 앞줄에 서게 되었다고 말한다.
대사들의 입장이 끝나면, 국왕내외가 총리, 외교장관 등과 함께 들어 온다. 먼저 외교단장인 교황청대사가 국왕 내외에게 새해 축하 인사를 한다. 다음에 국왕이 지난해 스페인의 외교성과와 금년도 목표에 대해 연설을 한다. 물론 연설은 스페인어로 하고 통역은 없다. 아시아에 대한 언급에서 작년 일본 아베 총리와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문이 언급된다. 한국에 대한 언급이 없음에 아쉬움이 남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연설이 끝나면 다시 옆방으로 옮겨 칵테일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국왕내외는 약 1시간 정도 머물면서 대화를 나눈다. 여러명의 대사들이 국왕내외를 둘러싸고 이야기를 하려고 경쟁을 한다. 뒤에 서서 필자의 차례를 기다렸는데 좀처럼 대사들이 물러 나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 겨우 국왕 앞에 섰다. 옆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기회가 와서 재빨리 국왕에게 인사를 하고, 한국 방문 계획을 물었다. 작년 신임장 제정시 필자에게 한 약속을 기억하는지 국왕은 웃으면서 지금 검토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한다.
다음에 Sanchez 총리에게 눈을 돌렸는데, 여기도 대사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국왕과 다른 점은 일대일로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총리와 처음으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지난해 유엔에서의 양국 정상회담이 Sanchez 총리의 사정으로 성사되지 못해 아쉬움을 표명했다. Sanchez 총리는 한국이 스페인의 대아시아 외교에서 중요한 협력대상국이라고 말하면서, 금년에 양국 정상회담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필자 내외가 입은 한복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작년 개천절 행사에 이어 두 번째로 입었다. 동료 대사들이 필자 한복의 선과 연한 푸른색이 고상하고 예쁘다고 칭찬을 했다. 며칠 후 패션 잡지인 Corazón(영어로 heart 라는 뜻)이 발행한 1월호를 보니, 신년하례식 참석자들의 의상을 소개하였는데, 필자 내외가 국왕 내외와 인사하는 사진이 맨 앞에 나왔다. 주위에서 유명인이 되었다고 축하 인사도 많이 했다. 한국에서 꽤 많은 돈을 주고 맞추었는데 효과가 나타났다. 이후에도 필자는 가끔씩 중요 행사에 한복을 입고, 한복 외교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