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초입인 6.1(토)에 마드리드 북서쪽에 있는 중세풍의 작은 도시 Madrigal de las Altas Torres를 방문했다. 이 도시는 1492년 스페인의 국토회복운동(Reconquista)을 완성하고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항해를 허가한 이사벨 여왕이 태어났던 곳으로 유명하다. 가서 보니 1451년 이사벨 여왕이 태어나 성장했던 궁(후안 2세 궁전, 지금은 수도원으로 사용)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이날 마드리드 한인회가 Madrigal de las Altas Torres 시와 한국과 스페인 문화교류 한마당 행사를 개최하였고, 필자도 격려하기 위하여 참석하게 된 것이다. 마드리드 한인회의 강영구 회장은 이전에는 단순히 한인 야유회 성격이었던 행사를 방문하는 지역에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상호 교류를 하는 행사로 발전시켰다. 첫해인 2018년에는 영화 닥터 지바고의 촬영지였던 카스티야레온주의 소리아(Soria)에서 행사를 개최하였고, 2019년 Madrigal 행사가 두번째였다. 한인사회의 발전적인 기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강영구 회장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행사는 후안 2세 궁전(Palacio de Juan II)이 있는 광장에 위치한 관광사무소 건물에서 개최되었다. 일반 건물이 아니라 역사적 건축물이었다. 안으로 들어서면 정사각형의 중정이 있고 중정의 4면을 따라 예쁜 기둥들이 받쳐주는 2층 건물이 들어서 있다. 시간이 조금 남아 건물에 있는 이사벨 여왕 전시관을 둘러 보았는데, 그당시 사용했던 침대, 장식품 등이 전시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행사를 보기 위해 주민들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몰려 들었다. 그리고 Ana Zurdo 시장과 함께 행사를 시작하려는데, Isabel Maria Oliver 관광차관이 깜짝 나타났다. 강영구 회장에게 물어 보니 자기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생각치도 못한 고위인사의 참석에 분위기가 더욱 고조된 것 같았다.
한복 패션쇼, 사물놀이, 태권도 시범 순으로 한국 문화를 선보였고, Madrigal 시는 이 지방의 전통 춤과 음악인 호타스(Jotas)를 공연하였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250여명의 한국과 스페인 사람들이 강당에서 함께한 점심이었다. 한인회가 준비한 불고기, 김치, 김밥, 잡채와 함께 현장에서 대형 팬에서 요리한 파에야(Paella)를 함께 먹었다. 아마도 스페인에서 양국 국민 250명이 함께 밥을 먹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무대에서 호타스 공연이 계속되었고, Ana Zurdo 시장이 먼저 무대에 올라 춤을 추었다. 뒤따라 몇몇 스페인과 한국 사람들도 무대에 합류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박수와 환호로 호응함으로써 그야말로 하나가 된 것 같았다.
이날 행사는 한인들이 이 지역의 주요 관광 명소인 후안 2세 궁전과 화이트와인 저장 동굴(Bodega)을 방문함으로써 끝이 났다. 이 지역은 스페인의 2대 화이트와인 산지인 루에다(Rueda)의 일부로 베르데호(Verdejo) 품종으로 ‘이사벨라’라는 와인을 생산한다. 한인들은 모두 몇 병씩 와인을 샀다. Madrigal 시는 아마도 최근 스페인을 많이 방문하는 한국인들에게 자신의 역사와 관광 자원을 홍보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오후 늦게 마드리드로 돌아 가려고 차에 오르기 전에 한국분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더니 힘찬 박수로 필자를 격려한다. 아마 한국분들도 오늘 행사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았다.
마드리드 한인회는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스페인지부와 함께 11.16에도 7개국 커뮤니티 (스페인, 미국, 칠레, 볼리비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필리핀)와 함께 자국의 음악과 춤을 공연하는 다문화 행사를 개최하였다. 스페인에 거주하는 여러 국가의 거주민들과 연합하는 방식으로 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