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 왕궁 야경)
LG전자 스페인 법인에서의 인턴 생활은 그리 다이내믹하지는 않았다. 매일 그 전날 판매된 숫자와 재고 등을 시스템에서 데이터 원본을 다운로드 받고 엑셀에 정리하는 일이었다. 처음 며칠은 잘 하다가 시간이 점점 지나고 익숙해지니 재미도 없었고, 배우는 것도 없다고 느껴졌다. 6개월 동안 이런 일만 해야 하는 것인가 이런 따분한 일 배우러 스페인까지 왔는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다른 것들이 보였다. 스페인에서는 LG전자의 어떤 제품들이 많이 팔리는지,. 어떤 유통업체들이 많이 거래하는지, 어떤 세일즈 담당자가 제일 많이 파는지,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재고는 얼만큼 쌓여있고, 또 새로 채워지는지… 경영학 책으로만 배웠던 데이터가 정보가 되고 지식이되며 지혜가 되는 과정을 현장의 살아있는 사례로 체험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엑셀에 매우 익숙해졌다. 대학교에서는 파워포인트를 많이 사용했지만 엑셀을 통해 데이터를 만지는 일은 기회가 없었는데, 인턴을 하게되니 단순 노동으로만 생각했던 엑셀 정리가 회사 전체의 흐름을 파악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인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훗날 취업했을 때 인턴 때 배웠던 엑셀을 아주 잘 활용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엑셀은 나의 친구다.
그 때 잘 나가시던 세일즈 쪽 과장님은 LG전자 한국 본사에서 근무하시다가 나중에 IE Business School MBA에서 나와 같은 반 동기가 되셨고 역시 형, 동생이 되었다. 그 분은 인턴이었던 나를 기억하지 못하셨지만 나는 매일 이름들을 자료에서 봤으니 기억했다. 말단 인턴과 과장님이 한 반에. 사람은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니 항상 겸손하고 잘 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하는 일들 중 의미 없는 일은 단 하나도 없다. 첫 직장인 Sun Microsystems의 임원께서 신입사원들에게 늘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너거들은 비싼 월급 받아가면서 일 배우니 얼마나 좋노!!!’
나도 다시 월급 받으면서 일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