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 그란비아 거리)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을 염두한 인턴 채용이 아닌 이상 일을 어느 정도 가르치고 나면 인턴들은 떠날 수 밖에 없기에 무급이라도 인턴 채용을 꺼리고 있다. 물론 정규직으로 채용해서 월급 이상의 수익을 회사에 제공 한다면 좋겠지만 처음부터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며 잘 할 때까지 투자하며 기다려 줄 스페인회사도 많지 않다.
지금의 우리 회사도 1년 반 동안 10여명 이내의 스페인, 우크라이나, 대만, 한국 등의 국적을 가진 학생들을 단기 인턴으로 채용했다. 모두 교육기관들과의 Convenio를 통했고, 무급 인턴이었다. 월급을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매출 상승과 직결되지 않는 이상 어렵다. 인턴이 필요해서 뽑았다기 보다는 교육기관들이 부탁을 하거나 유학생들이 먼저 부탁을 한다. 심지어 어학원들이나 인턴 중계 업체들은 4주 인턴 과정에 1,000유로 이상을 학생에게 서비스 비용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그 만큼 무급 인턴자리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 스페인의 현실이다.
월세 300~400유로, 생활비 300~400유로 정도를 사용해도 돈이 남았기에 그 돈으로 스페인 국내는 물론 다른 유럽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나중에는 월세도 아끼기 위해 3인 1실의 기숙사에 들어가서 살았다. 많이 불편했지만 돈을 아껴서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참고로 다른 나라로 간 인턴 동기는 절약하기 위해 한 번에 엄청난 양의 볶음밥을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매일 똑같은 밥을 먹었다고 했다. 젊을 때는 고생도 아니다.
(스페인 아빌라 2006년)
정말 감사했던 일 중 하나는 LG전자 스페인 법인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데, LG전자 본사에서 에어컨 시장 조사를 위한 프로젝트팀이 스페인을 방문했다. 바르셀로나의 각 가정을 방문하며 에어컨 관련 인터뷰를 하는 일이었는데, 나를 책임지고 계시던 차장님께서 휴가를 내고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라고 하셨다. 알바비를 받을 수 있을테니 휴가를 내고 따로 일 하라는 것. 그렇게 프로젝트팀과 바르셀로나를 1주일 정도 낮에는 통역하고, 밤에는 내용을 정리하는 등 쉴틈없이 일 했다. 그렇게 받은 돈이 세금을 제외하고 400만원이 조금 넘었다. 고생은 많았지만 정규직 신입사원 월급보다 더 많았을 돈을 받았다.
인턴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와 복학 했는데, 스페인에서 알바 할 때 알게 된 TNS라는 리서치 조사 업체에서 스페인어 검수 알바가 있으니 해달라고 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10년 넘게 통역일을 하신 분께서 제대로 통역을 했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는데, 나는 그 분께서 더 전문가인데, 왜 경험이 적은 나에게 검수를 요청하냐고 했더니 스페인에서 프로젝트 때 잘 해줘서 이번에도 잘 해 주리라 기대한다는 것이다. 주말 포함하여 3일 꼬박 일해서 200만원을 받았다. 그렇게 인턴기간과 4학년 2학기의 생활비에 보태었다.
오랜만에 무역협회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 해 보니 지난 2019년 11월 30일에 23기 글로벌 무역인턴쉽 모집 요강이 있었다. 계속 진행을 하고 있다면 아마도 올 6월에 또 모집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