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스페인의 국경일 이야기
전홍조 대사의 스페인 일기 ep. 29

한국과 스페인의 국경일 이야기
전홍조 대사의 스페인 일기 ep. 29

국경일행사 리시빙 라인
10월에 들어서자 강렬했던 태양도 한풀 꺽이고 날씨도 한층 선선해졌다. 10월이 되면 거의 대부분 해외공관에서 개천절 국경일 행사를 한다. 사실 대사들에게 다른 나라들의 국경일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숙제나 마찬가지이다. 스페인처럼 외국공관이 120개가 넘는 곳은 1주일에 3번 정도의 행사 초대가 있다. 내가 가지 않으면 상대도 내 행사에 오지 않으니 얼굴을 보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행사의 내용은 대개 비슷해 별 재미가 없다.
국경일행사 연설, Ana Maria Salomon 외교부 북미아태동유럽 국장
이번 개천절 행사는 필자가 스페인에서 개최하는 첫 행사라서 색다른 점을 넣고 싶었다. 한가지는 우리 전통 공연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식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이었다. 이종률 문화원장과 상의하여, 이 시기에 맞추어 전북 국제교류센터 공연팀을 초청하고, 행사가 개최되는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한국 인터컨티넨탈 호텔 셰프를 초청하여 한식 페스티벌을 계획하였다. 행사는 예상했던 인원 300명보다 100명이 더 참석하여 약간 혼잡했던 점을 빼고는 잘 진행되었다. 외교단과 정부인사들은 큰 차이가 없었는데, 기업인, 학계, 문화계 인사들이 많이 참석하여 스페인에서 한국의 저변이 넓다는 것을 실감했다. 필자가 입은 한복도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다.
국경일행사 가야금 연주
국경일행사 화환무 공연
10.12은 스페인의 국경일이다. 이날은 콜럼버스가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한 날이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오랜기간 사람들이 문명을 이루고 살고 있었기 때문에 ‘발견’이라는 말이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많다. 그래서 필자도 ‘도착’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사실 콜럼버스가 도착한 곳은 대륙이 아니라 바하마제도의 한 섬이었다. 스페인은 1918년 10.12을 ‘혈연의 날’(Dia de la Raza)로 지정하였고, 프랑코 정권은 ‘히스패닉 세계의 날’(Dia de la Hispanidad)로 변경하였다. 히스파니다드는 스페인이 맹주가 되는 스페인과 과거 중남미 식민지 공동체라는 의미로 스페인의 비현실적인 우월감을 나타낸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화 이후 1987년부터는 별도의 이름없이 국경일(fiesta nacional)로 기념하고 있다.
스페인 국경일, 퍼레이드 신고를 받는 국왕 펠리페 6세
국경일 행사는 베르나베우 스타디움 앞 광장에서 개최되는 퍼레이드와 왕궁에서 개최되는 리셉션으로 구성된다. 외교단은 아침 일찍 외교부에 모여 단체로 버스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한다. 외교단 자리는 퍼레이드를 주관하는 국왕과 3부요인이 착석하는 단상의 길 건너 맞은 편에 위치하여, 국왕의 움직임을 보기가 좋았다. 기마대, 육해공군, 경찰, 소방대, 구조대가 각자의 전통에 따라 다양한 복장과 장비를 갖추고 행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위에는 엄청난 인파가 운집하여 환호를 했다. 이 행사를 보면 국왕은 실권은 없지만 권위와 상징성은 대단했다. 197m의 체구에 군복을 입은 국왕은 절도있는 경례와 행동으로 군통수권자로서 손색이 없었다. 펠리페 6세는 스페인의 육해공 사관학교에서 1년씩 교육을 받았다.
스페인 국경일, 퍼레이드 행렬을 보는 펠리페 6세
12시경에 퍼레이드가 끝나고 이어 왕궁으로 가서 리셉션에 참석하였다. 리셉션에는 외교단을 포함하여 국내외 인사 3천여명이 참석한다고 한다. 기다리다가 순서가 되어 국왕 내외와 악수를 하고 행사장에 들어 갔다. 국왕 내외는 3천명과 악수를 해야 하는데, 무척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Lyu Fan 중국대사가 있길래, 어떻게 일찍 도착했냐고 물어보니, 퍼레이드는 참석하지 않고 왕궁에 바로 왔다고 한다. 2번이나 봐서 더볼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사람들이 너무 많아 누구랑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안면이 있는 몇몇 스페인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지나가는 서버들을 놓치지 않고 불러 세운 후 간단히 요기를 하고 왕궁을 떠났다. 6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 왔다. 아내는 힘들어서 내년에는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스페인 국경일 왕궁 리셉션
스페인 국경일 페레이드1
스페인 국경일 페레이드2
스페인 국경일 퍼레이드3
스페인 국경일 퍼레이드4
스페인 국경일 퍼레이드5
스페인 국경일 퍼레이드6
스페인 국경일 퍼레이드7
10.19(금)에는 이베로아메리카사무국(SEGIB)과 지속가능관광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였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스페인을 통한 중남미와의 협력 강화가 필자의 중점 추진과제였고, 이번 포럼은 그 일환의 하나였다. 황경태 중남미 심의관이 포럼을 주재하였고, SEGIB의 Ortiz 국제협력국장, UNWTO의 황해국 아태부국장, 스페인 외교부의 Diego Romero 이베로아메리카 대사, 통상산업관광부 관계자, 페루 관광차관, 한국, 코스타리카, 칠레 관광 관계자와 Jorge Tagle 칠레대사 등 스페인 주재 중남미 외교단이 참석하여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지속가능관광은 한달후 개최되는 11월 과테말라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의의 주제였기 때문에 참석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던 것 같다.
한-SEGIB 지속가능관광 포럼
10.9(화)에는 마드리드 박람회장(Ifema)에서 개최된 2018 세계의약품전시회(CPhi Worldwide)를 방문하여, 참가한 30여개의 한국 기업들을 격려하였다. CPhi Worldwide는 세계 최대의 의약품 전시회로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에서 매년 교대로 개최된다. 한국 기업들은 세계 유수의 제약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는 유럽시장 진출이 쉽지 않지만, 계속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중남미 바이어를 발굴하는 것도 전시회 참가의 주요 목적이라고 한다.
10.24(수)에는 오래 기다렸던 한-스페인 워킹홀리데이 협정이 발효되었다. 직항 확대에 이어 양국간 인적 교류 활성화의 중요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이에 필자도 국내 언론에 다음과 같은 기고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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