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입니까?(3)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함께 알아본 것이 아이 학교였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남편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학교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를 수집해 놓은 덕분에 네 군데 정도의 학교를 염두에 두고 인터뷰 날짜를 잡아 집을 보러 다니는 틈틈이 학교를 방문해 볼 수가 있었다.


하필 가을이었던 그 시기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날이 많아 아침부터 신발과 바지를 적셔가며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그렇게 다녔더랬다. 이것도 지금은 잊을 수 없을 추억 정도의 기억이지만 그땐 날씨 좋은 나라라더니 가을이 뭐 이런가 싶기도 했다. (날씨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될 때 더 하겠다.)

어떤 학교를 다녀야 우리가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아이의 적응 문제나 혹시 모를 인종차별, 학교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을 고려해 일단 국제학교 중에 고민을 했다. 그럼에도 방문해 본 국제학교 중에는 스페인 현지 학생들의 비율이 너무 높거나 바르셀로나의 특성상 카탈루냐어 수업이 있는 곳들도 있었는데 이 경우는 실제 학생들 사이의 대화나 학부모, 선생님 간의 대화가 현지어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고맙게도(?) 남편은 아이의 적응보다 나의 적응문제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환경에서 내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리고 학비가 지원되는 주재원의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부분도 물론 고려요인 중 하나였다. 남편이 조사해 둔 정보가 있어 예상은 했지만 지금까지 한국에서 국가지원금 덕으로 일반 사립유치원을 월 25만원 정도에 보내던 것에 비하면 굉장히 큰 지출이라 지금도 우리가 이렇게 많은 금액을 학비로 써도 되는 건가 하는 의심은 남아있다.

매일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에 구엘별장[가우디作]을 만날 때마다 ‘아, 내가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어찌됐건 그렇게 우리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영어로 이루어지고 스페인어 수업은 있지만 카탈루냐어 수업은 없는 학교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한국학생이 있는 학교에 가면 아이가 새로운 언어를 더디 배우진 않을까 세상 거만한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가 수월히 적응하는 데에 같은 반의 한국 친구 한 명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잘 알고 있다. 나 역시도 같은 학교의 한국 학부모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도움도 받고 있으니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학교를 선택했다면 나부터가 어땠을까 싶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이가 문제없이 잘 적응하고 있으니 무엇보다 안심이다.

학교에 잘 적응해줘서, 한국에 돌아가자 소리 안 해줘서 고마워. (학교 카니발 행사 때)

어느 날은 “학교에서 영어 못 알아듣는 거 힘들지 않아?” 했더니 시크하게 “난 괜찮은데 왜?”라고 해주는 대답이 오히려 걱정 가득한 나에게 힘을 주기도 했다. 한국이었다면 휴대폰 앱을 통해 언제라도 선생님께 질문하고 아이의 상태도 체크할 수 있었던 ‘한국+유치원’에 익숙해 있다가 갑자기 ‘외국+초등학교’의 학부모 역할을 하려니 ‘그래, 너보다 내가 더 걱정이다’ 싶었지만 스페인 생활 5개월이 지난 지금 아이는 꽤나 훌륭하게, 그리고 나는 그럭저럭 새로운 학교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모두들 말하듯 아이들의 언어 학습 속도가 무섭도록 빠르다는 것도 몸소 느끼고 있다. 그렇게 언젠간 “엄마, 발음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하고 건방지게 나를 가르치려 하는 날도 오겠지? 하하하.

Won 에디터

출판사에 근무하다 결혼과 출산, 너무도 평범하고 평화롭게 살던 서울 사람. 지금은 쉬운 듯 쉽지 않은 바르셀로나 생활을 막 시작한 꼬레아나 W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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