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소재 주 스페인 대한민국 대사관)
2018.2.7.(수) 문재인 대통령님에게 주스페인대사 신임장을 수여받고, 4일 후인 2.10(토) 집사람과 함께 마드리드행 대한항공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정은 2017년 11월에 되었으나, 스페인 정부의 아그레망 부여에 다소 시간이 걸려 부임이 조금 늦어진 셈이다. 아그레망이란 대사 파견국이 신임 대사에 대한 동의를 접수국에 요청하고 접수국이 이를 수용하는 절차를 말한다. 스페인의 경우 아그레망은 최종적으로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연말연시에 심의할 사안이 많아 늦어졌다고 한다.
3개월전 주스페인대사 내정 통보를 받고 매우 기뻤다. 사실 중남미에 많이 근무한 외교관들은 누구나 주스페인대사로 일하기를 희망한다. 스페인이 유럽국가이긴 하나, 오랜 역사적, 문화적 유대로 인해 중남미와 특별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로 미국의 시각에서 중남미를 바라보았다. 스페인의 시각에서 본 중남미는 어떤 것일까? 유럽연합(EU)의 4대 강국으로서 스페인의 국제적 위상은 어떨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13시간의 비행 끝에 마드리드 바라하스(Barajas) 아돌포 수아레스(Adolfo Suárez)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아돌포 수아레스(Adolfo Suárez)는 1976년-1981년 스페인의 총리를 지낸 인물로 1975년 프랑코 장군 사망 이후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성공적으로 민주화를 이행하여,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정치인이다.
보딩 게이트를 빠져 나가 버스를 타고 공항 귀빈실에 도착하니, 최종욱 공사참사관과 유승주 참사관이 마중을 나왔다. 김영기 한인총연합회 회장, 강영구 마드리드 한인회장 등 한인단체장들께서도 환영을 해 주었다. 보통 대사는 주재국에 부임하고 이임할 때 귀빈실을 사용할 수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배려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장관급 이상의 고위인사들이 방문하실 때 영접과 영송을 위해 자주 올 곳이라 세심히 살펴보고, 앞으로 3년간 살아야할 관저로 향했다.
일요일을 관저에서 푹 쉬고 2.12(월) 대사관에 첫 출근을 하였다. 자동차가 현관앞에 도착하니 대사관 직원들이 따뜻하게 박수로 환영해 주었다. 대사관은 마드리드 내부 순환도로 M-30의 북동쪽에 있는 아르투로 소리아(Arturo Soria)에 위치해 있다. 중심부는 아니지만 외교부가 5분 거리에 있고,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에 외교공관도 많아 편리한 위치이다. 공항도 교통 체증이 없으면 20분이면 갈 수 있다. 대사관 청사는 1996년에 건축한 지하 1층, 지상 3층의 국유화 건물이다. 외관은 대학 학사모와 같이 생겼는데, 독특한 모양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자주 이야기되곤 한다. 내부는 중앙에 ㅁ자형 마당(중정)이 있어 햇볕이 잘 들어오고 시원한 느낌이 난다.
대사관 직원들은 외교관 12명, 행정직원 17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와는 별도로 문화원이 시내 중심부인 콜론 광장(Plaza de Colón) 인근 카스테야나 대로(Paseo de la Castellana)에 위치해 있고, 역시 카스테야나 대로의 토레 에우로파(Torre Europa) 건물에 있는 KOTRA 무역관도 대사관의 일부로 활동하고 있다.
직원들과 상견례를 마치고 첫 번째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주스페인대사로 부임한 소감과 함께 3가지 사항을 당부하였다. 너무나 일반적이고 당연한 말이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공관을 운영할 원칙과 방향이기 때문에 간단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직원들간 인화와 소통이다. 내부 결속과 팀워크가 효율적인 업무 추진에 가장 핵심이다. 특히 행정직원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이들의 자발적 협조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성과 위주로 일을 하다 보면 각종 기록 작성, 문서 및 보안 관리와 같은 일들은 귀찮게 여기고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조직의 업무 효율성과 연속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대사부터 솔선수범할 예정이니 협조해주기 바란다.
셋째,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새롭고 창의적인 사업을 발굴하자. 현재 양국간에는 인적교류(47만명), 교역(47억불), 투자(24억불)가 크게 확대되고 있고, 상호 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등 환경이 좋은데, 이를 외교적으로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특히 2년 후인 2020년 양국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양국관계를 한 차원 높게 발전시킬 수 있는 기념사업을 발굴하도록 노력하자.
직원들도 새로운 각오로 열심히 노력하겠다면서 화답해 주었다. 출발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