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시작되어 새롭게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데, 2.15에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작년 6월 출범한 Pedro Sanchez 총리의 사회당(PSOE) 정부가 소수정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8개월만에 조기 총선(4.28)을 발표한 것이다. 작년 6월 84석의 사회당이 포데모스 연합(67석)과 지역정당들의 지원을 받아 Mariano Rajoy 총리(국민당) 불신임안을 통과시켜 집권하였으나, 2019년 예산안이 부결됨으로써 더이상의 집권이 어려워진 것이다. Sanchez 총리가 Rajoy 총리 불신임안을 지지했던 카탈루냐 분리독립주의 정당들과의 대화에 실패한 것이 더 큰 원인이었다. 하원에서 17석을 보유한 그들이 정부 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었다. 이후 4.28 실시된 총선에서 사회당이 123석을 얻기는 했으나, 과반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Sanchez 총리는 총리 취임에 실패하여, 11.10에 재총선을 실시하는 등 스페인 정국은 1년 내내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상황과 관계없이 2020년 한-스페인 수교 70주년 준비에 착수하였다. 먼저 작년에 결정된 2020년 마드리드국제관광박람회(Fitur) 주빈국 참가 계획을 수립하였다. 한국관의 위치, 규모 등을 한국관광공사와 Fitur측과 협의하는 동시에, 9월에 주빈국 참가 계약서 서명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9월에는 또한 사전 행사로 한국관광대전을 마드리드에서 개최하기로 계획하였다.
두번째는 2019년 11월에 개최되는 스페인 산업 4.0 콩그레스 주빈국 참가를 최종 확정하는 것이 시급했다. 작년 12월 귀국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을 만나 뵙고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어떻게 후속조치를 취할까 생각중이었다. 그런데 유영민 장관께서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MWC에 참석하신다는 통보를 받고, Ryes Maroto 산업통상관광 장관과의 회담 일정을 2.27에 잡았다. 지난 1월에 이어 한달만에 다시 바르셀로나행 기차(Ave)를 탔다. 2019년 MWC에서는 5G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기업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물씬 느껴졌다. 글로벌 기업들의 전시관에는 “5G is here today.”, “Leading 5G Innovations”, “5G Connected Factory” 등의 구호가 걸려 있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폴더블 스마트폰 전시에도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 들었다.
유영민 장관을 뵙고 인사를 드렸다.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이제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회담장인 스페인 국가홍보관으로 가니, Maroto 장관과 Raul Blanco 차관이 홍보관 앞에서 기다리며 유영민 장관을 영접하였다. 회담에서 양국 장관들은 스페인의 산업 4.0 정책, 한국의 4차산업혁명 정책과 5G 상용화 계획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양국간 협력방안을 협의하였다. 유영민 장관이 4차산업혁명을 DNA(Data, Network, AI)로 설명한 부분이 재미있었고, 2019년 4월초 한국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 추진 계획도 Maroto 장관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날 회담에서 양 장관들이 한국의 스페인 산업 4.0 콩그레스 주빈국 참가에 합의한 것이 필자에게는 제일 중요하였다.
Maroto 장관과는 다음 날인 2.28 스페인 최대 일간지 ABC 사옥에서 개최된 현대 KONA 전기차의 ‘2019년 ABC 선정 올해의 자동차 상’ 시상식에서 다시 만나 양국간 우의를 돈독히 하였다.
세번째는 수교 기념책자 발간에 착수하였다. 필자는 이 사업을 대사관, 주한 스페인대사관, 스페인한국연구소(CEIC)이 공동 추진하는 것으로 Juan Ignacio Morro 주한 대사, Álvaro Hidalgo CEIC 회장과 결정하였다. 한국-스페인 외교관계 연표와 함께, 양국에서 각각 15명의 분야별 저명인사들로부터 기고를 받기로 하고, 면담, 서한, 전화 등을 통해 기고를 부탁드렸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박용만 상공회의소 회장, Rodríguez Zapatero 전 총리, Josep Piqué 전 외교장관 등 께서 흔쾌히 기고를 수락하셨다. 예산 확보, 기고문 정리, 한글-스페인어 번역 등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었지만, 향후 1년 6개월의 대장정을 일단 시작하였다.
넷째, 문화행사는 최대 하이라이트로 국립무용단의 대표작으로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묵향’의 왕립극장(Teatro Real) 공연을 추진하기로 계획하였다. 그리고, 스페인인으로는 1593년 최초로 한국 땅을 밟은 Céspedes 신부의 발자취를 탐방하는 행사와 산티아고 순례길의 주요 마을을 순회하며 한국 문화를 공연하는 산티아고 순례길 순회 문화공연도 계획하였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것이 펠리페 6세 국왕의 방한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지난 1.22 국왕주최 외교단 신년 하례식에서 필자가 국왕에게 이 문제를 물어 보았는데, 그때 펠리페 6세는 웃으면서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이것 때문이었을까? 4월에 스페인 정부로부터 10월 방한 제의를 받았다. 오래된 숙제가 풀린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시기도 2020년 수교 70주년을 2개월 앞둔 시점이라 더없이 적절한 것 같았다. 이제 차근차근 일을 진행시켜야 한다. 직원들의 고생이 많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