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경제외교를 재개하다
(스페인 최남단 알헤시라스)
전홍조 대사의 스페인 일기 ep. 42

지방 경제외교를 재개하다
(스페인 최남단 알헤시라스)
전홍조 대사의 스페인 일기 ep. 42

알헤시라스 시의원들과 함께
2018년 말라가, 세비야, 바르셀로나에 이어 2019년에도 지방 경제외교를 계속해 나갔다. 먼저 2.14-16간 알헤시라스(Algeciras)를 방문하였다. 알헤시라스 시청과 상공회의소를 방문하여 한국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현대상선이 운영하는 컨테이너 터미널(TTIA)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Episode 에서 소개한 바 있던 José Ignacio Landaluce 상원 외교위원장이 2011년부터 알헤시라스 시장으로 일하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었다.
알헤시라스는 스페인의 최남단 지브롤타 해협에 위치한 항만 도시이다. 지중해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길목에 있어 유럽-아시아(서-동)와 유럽-아프리카(북-남)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2018년에는 물동량에서 스페인 2위의 항구로 발전하였다. 이곳에 한국기업이 2010년 2억불을 투자하여 컨테이너 180만 TEU를 처리하는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이곳을 찾아 터미널을 건설했는지 공세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개장식에는 당시 왕세자이던 펠리페 6세 국왕이 참석했다고 한다.
알헤시라스는 주변에 석유화학 단지(Gibraltar-San Roque)가 위치한 산업 도시이며, 한국에 나프타를 수출하기도 하다. 지브롤타에서 말라가를 거쳐 알메이라까지의 300km에 달하는 태양의 해변(Costa del Sol)은 유명한 휴양지이기도 하다. 유럽인들 뿐만 아니라 중동 왕실들도 많은 별장을 소유하고 있다. 다만 알헤시라스 항만에서 말라가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철도가 연결되지 않아 화물 수송 및 도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 정부가 오래전부터 계획을 수립하였지만, 예산 부족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 또한 마약 밀수의 확산에 따른 범죄 증가, 아프리카 해상 난민 유입 증가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로 8시간을 달려 알헤시라스에 도착하니 Landaluce 시장이 전통 해산물 식당에 저녁을 초대했다. 시위원회 위원들도 많이 참석했다. 다양하고 푸짐한 해산물과 와인으로 서로의 어색함을 털어 버렸다. 식사를 마치고 광장을 산책하니 많은 주민들이 시장에게 인사를 한다. 그런데 한국 신부님 한 분을 우연히 만났는데, Landaluce 시장이 소개를 했다. 오래 전부터 이곳에 거주하고 계신다고 한다. 4.26 조기 총선이 발표되었고, 5.26에는 지방선거도 있어 Landaluce 시장도 마음이 바쁜 것 같다.
알헤시라스 시의회 회의장, Landaluce 시장 겸 상원외교위원장
다음 날 아침 시청에 도착하니, 노란색과 파란색 타일 모자이크가 전면에 있는 예쁜 회의장으로 안내되었다. 여당, 야당 관계없이 시의원들이 모두 참석하여 필자를 환영해 주었다. 그만큼 한국 TTIA가 이 지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Landaluce 시장의 환영 인사후 필자도 알헤시라스 방문 소감과 한국-안달루시아 남부지역 협력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했다.
이어 상공회의소와의 면담에서는 태양의 해변을 이용한 한국 관광객 유치에 많은 관심을 표시하였다. 이후 항만청을 방문하여 Manuel Morón 항만청장으로부터 항만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었는데, 이 분도 얼마전에 항만 분야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다녀 왔다고 한다. 스페인 남부의 한 해안 도시가 이렇게 한국과 인연이 많을 줄은 미처 몰랐다.
알헤시라스 항만청 방문
Landaluce 시장과 Morón 항만청장의 동행하에 TTIA를 시찰하였다. 유일한 한국직원인 Thomas Lee 법인장이 필자를 반갑게 맞는다. 거대한 크레인들이 바쁘게 자동으로 컨테이너들을 처리하고 있다. 크레인 뒤로는 지브롤터의 바위 절벽이 보인다. 이곳의 최대 관심사는 현대상선이 검토하고 있는 터미널 확장(추가 투자)이다. Thomas Lee 법인장은 모로코 탕헤르 등 인근 항만과의 경쟁이 심해 어려움이 많다고 하면서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2016년 TTIA의 원 투자기업인 한진해운이 파산했을때 TTIA 만큼은 현대상선이 인수했을 정도로 많은 수익을 내고 잠재력이 큰 기업이다. 2020년 4월 현대상선이 24,000 TEU급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선을 건조했을 때, 이 배의 이름을 알헤시라스호로 명명한 것에서도 TTIA에 대한 애착을 알 수 있다.
TTIA 방문, 뒤 편으로 컨테이너 하역장이 보인다.
알헤시라스 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영국 땅인 지브롤터를 갔다. 면적 6.8㎢, 인구 3만명의 바위산인 이 곳은 스페인 국기에도 있는 두개의 헤라클레스 기둥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곳을 18세기초 스페인 왕위 계승전쟁때 영국이 점령하여 양국 관계의 가장 민감한 이슈가 되었다. 스페인이 반환 또는 공동 주권을 요구하지만 영국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영국-EU간 브렉시트 협상때 스페인이 가장 공세적으로 나갔던 것도 바로 지브롤터 문제였다. 필자가 이번 방문에서 만난 알헤시라스 인사들은 지브롤터의 주권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브롤터의 비공식 경제가 이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걱정이라고 말한다. 조세회피를 위한 많은 은행 및 페이퍼 컴퍼니들이 있고, 비관세지역인 지브롤터에 밀수된 많은 술, 담배가 스페인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한다.
TTIA 터미널, 뒤로 지브롤터 바위산이 보인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르니 바다를 향해 있는 거대한 대포와 함께 이 곳 원숭이들이 반긴다. 눈 앞에는 알헤시라스 항만은 물론 멀리 아프리카의 모로코도 보인다. 가히 전략적 요충지라고 할 만하다. 헤라클레스의 신화가 있는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에 있는 한국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려가려고 케이블카 타는 곳을 가니 30분전인 6시에 운행을 마쳤다고 한다. 함께 온 이창원 서기관이 시간을 확인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어두워진 바위산을 2시간을 걸어서 겨우 내려 왔다. 고생은 했지만 좋은 추억 거리를 만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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