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을 앞두고
전홍조 대사의 스페인 일기 ep. 63

이임을 앞두고
전홍조 대사의 스페인 일기 ep. 63

다자주의 지지 이니셔티브 고위급회의 참석자

10월초에 필자의 후임 대사 내정을 통보받고, 스페인 외교부에 아그레망을 신청하였다. 이제 스페인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생각해 보니 정말 시간이 빨리 갔다. 특히 2020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정신없이 지냈다. 그래도 이임 인사는 해야 하는데, 2차 코로나 유행으로 10.25에 다시 국가경계령과 도시간 봉쇄가 발동되어 쉽지가 않았다. 통상적으로 하는 이임 리셉션 개최는 불가능하였다. 꼭 필요한 몇몇 인사들은 직접 만나 인사를 하였고, 나머지는 화상이나 전화를 통해 인사를 하였다. 그외 인사들은 “코로나로 직접 인사를 못하고 이임하여 미안하고, 그동안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는” 편지를 보냄으로써 인사를 대신하였다.

다자주의 지지 이니셔티브 고위급회의에서 연설하는 펠리페 6세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좋은 이임 인사 기회가 생겼다. 11.10 엘 파르도(El Pardo) 궁에서 개최된 “다자주의 지지 이니셔티브” 고위급 회의였다. 이 이니셔티브는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협력과 공조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스페인과 스웨덴이 주도하고 한국을 비롯한 8개국이 참여하여 출범되었다. 코로나 상황으로 10개국과 유엔본부를 화상으로 연결하여 고위급 회의를 개최하였는데, 각국에서 대통령, 총리, 장관급 인사들이 참석하였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축사를 하였다. 주최국인 스페인에서는 펠리페 6세 국왕, 페드로 산체스 총리, 상하원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외교장차관 등 고위인사들이 모두 참석하였다. 스페인 정부에서 참여국 대사들도 초청하여 필자도 참석하게 되었다.
초청된 대사들은 도열하여 펠리페 6세, 산체스 총리와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단체 사진 촬영을 하였다. 이후 고위급 회의는 약 1시간 가량 진행된 후 끝이 났다. 국왕과 3부 요인들은 먼저 퇴장하였고, 나머지 참석자들도 일어나 출구가 있는 옆 방으로 갔다. 그런데 먼저 퇴장했던 펠리페 6세와 3부 요인들이 떠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Alfredo Martínez Serrano 왕실 의전장에게 물어 보니, 펠리페 6세가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으니 필자도 기회를 봐서 국왕에게 인사를 하라고 말해준다. 자연스럽게 고위인사들에게 이임 인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펠리페 6세에게도 다가가 인사를 했는데, 2019년 국빈 방한, 코로나 발생 이후 2020년 6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 대해 언급을 했다. 그리고 이제 스페인 사람들에게 한국이 많이 알려지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자가 곧 이임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자, 필자가 떠나게 되어 아쉽다고 하면서 귀국후 행운을 빈다고 대답하였다. 이렇게 고위인사들에게 동시에 이임 인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제13차 한-스페인 포럼 화상회의

11.25에는 제13차 한-스페인 포럼이 서울과 마드리드를 연결하여 화상으로 열렸다. 2019년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12차 포럼에 이어 2020년에는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화상으로 대체되었다. 수교 70주년을 맞이한 양국 관계 평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양국간 디지털 및 그린 경제 협력방안이 주제였다.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양국 외교차관, 국제교류재단이사장, 스페인아시아교류원장, 한국외대총장 등 고위인사를 비롯,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대면 회의 못지 않는 활기를 띄었다. 필자는 Juan Ignacio Morro 주한 스페인대사와 함께 양국 관계 평가에 대해 발표를 하였고, 이임인사와 함께 그동안의 협조에 감사의 인사를 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한국인들의 정은 각별했다. 김영기 한인총연합 회장과 강영구 마드리드 한인회장은 대사관에서 한인단체장들과 함께 공식적으로 인사를 했음에도 식사를 대접하지 않고는 필자를 보낼 수 없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초청에 응했다. 지상사협의회도 이상찬 회장이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였다. 도시간 이동이 봉쇄되었지만 바르셀로나는 허가를 받아 박천욱 평통 지역회장, 이덕 한인회장을 만났다. 바르셀로나는 식당이 모두 문을 닫은 관계로 허태완 총영사가 도시락을 주문해주어 총영사관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류 팬들과 화상 작별인사

한류 팬들과의 작별도 기억이 많이 난다. 11.27에 화상을 통해 Teresa, Shey, Ivan, Nuria, Sylvia, The Brats, Francis, Jinhee, Toñi, Belen 등과 작별 인사를 했는데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는지 모두들 못내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런데 11.28 아침에 한류 동호회 화랑 멤버들이 깜짝 방문을 하여 꽃을 주고 갔다. 태극기 모양을 본따 아래는 파란 장미, 위는 빨간 장미로 만들었다는 설명에 감동을 받았다. 최고의 선물이었다.

한류동호회 화랑이 필자에게 선물한 꽃

이임을 하기 전에 필자가 받은 또 하나의 선물이 있었다. 아스투리아스 귀족단이 필자에게 한-스페인 수교 70주년에 기여한 공로로 ‘펠라요 국왕 건국 1,300주년 기념 메달’을 수여한 것이다. 펠라요 국왕은 8세기초 이베리아 반도 전체가 이슬람 세력에 의해 장악될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아스투리아스 코바동가에서 기적적으로 이슬람의 공격을 물리치고 국토회복운동을 시작한 인물이다. 그가 718년에 세운 아스투리아스 왕국은 현 스페인 왕국의 시초가 되었으며, 19세기 부터 스페인 왕위 계승자(왕세자)는 아스투리아스 대공의 직책을 부여받고 있다. 유서 깊은 아스투리아스 귀족단은 펠라요 국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매년 기념 메달을 수여하는데, 필자가 기념 메달을 받은 것은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었다.

아스투리아스 귀족단과 도시락 오찬 건배

마지막으로 조기중 공사참사관과 이창원 서기관이 지난 몇개월간 작업한 “스페인 17개 자치주 경제통상 환경” 책자의 원고가 완료되어 인쇄에 들어 갔다. 지방 분권화가 고도화된 스페인은 경제통상 활동에서 자치주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 필자는 여러 자치주들을 방문하여 지방 정부와 기업인들을 만났다. 이러한 필자의 경험과 정보를 한국 기업들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책자 발간을 준비하였는데, 필자가 떠나기 직전에 완료된 것이었다. 마지막까지 의미있는 성과가 나와 가슴이 뿌듯했다.

펠라요 국왕 건국 1,300주년 기념메달을 받은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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