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원곡과 작곡가 타레가의 힘든 삶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종영한다. 처음에는 격정 멜로 아니면 로맨틱한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증강현실 게임에 대한 드라마였다. 그래도 재미있게 봐서 다행이었다.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후작 같은 드라마가 아니어서 그라나다를 열심히 보여주지도 않았지만 현빈이 열심히 연기해서 그런지 시청률도 양호한 편이었다.

그라나다는 잘 보여주지 않았지만 꽃보다 할배에서도 나왔던 바르셀로나 발 그라나다행 가는 야간열차가 등장했는데 이 열차는 외국인들만 타지 스페인 사람들은 거의 타지 않을 기차이다.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신비로울 수 있는 기차다. 기차와 허름한 그라나다 기차역만 보여주어 아쉬운 점도 있었고 증강현실 게임에 대한 드라마이지만 그라나다의 색깔이라든지 그라나다의 무어인들과 크리스천의 문화 접목 등을 보여주는 화면 등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영상적으로 너무 게임에만 무게를 두어 그라나다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첫 프로그램에서의 그라나다의 골목은 그래도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를 보았는데 나름 괜찮았다.

이 드라마의 주제가 주인공들의 격투가 시작할 때마다 나오는 기타 음악 제목과 동일한데 바로 알함브라의 추억 (Recurdos de la Alhambra)이다. 드라마에서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고 하는데 사실 알함브라가 아닌 라 알람브라의 추억이 맞다 (읽으면 레꾸에르도스 데 라 알람브라).

알람브라는 궁전이지만 궁전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무어 왕의 궁전은 맞지만 그들은 palace (Palacio)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스페인 왕이 여기서도 살았으니 궁전은 맞지만 드라마에서도 현빈이 alhambra palace로 택시운전사에게 부탁을 했는데 palace는 궁전 밑에 있는 펠리스 호텔로 갈 확률이 있으므로 궁전이라고 하지 않은 것이 바람직하다.


뉴스를 검색하다 보니 알람브라의 추억의 원곡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스페인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인 프란시스코 타레가 (Francisco Tarrega Eixea, 1852 ~1909)가 작곡한 곡이다.

뉴스에는 “타레가는 근대 기타 연주법의 틀을 완성한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로서 제자인 콘차 부인을 사랑했다.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였지만 정숙한 콘차 부인은 그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에 상심한 타레가는 스페인 곳곳을 여행하다가 알함브라 궁전에 머물게 되었다. 타레가는 실연의 아픔을 안고 알함브라 궁전에서 창밖으로 달을 보며 불면의 밤을 보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콘차 부인을 그리워하며 작곡한 것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어쩌면 이들은 소문대로 이 아름다운 궁전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룻밤 서로를 탐닉하였는지도 모른다. 낙심한 타레가가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그녀 앞에서 ‘Recuerdos de la Alhambra’를 연주하게 되었는데 이때는 콘차 부인도 마음의 문을 조금 열었다고 한다. 하지만, 드러내놓고 사랑할 수 없었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상처에 전곡을 흐느끼듯 흐르는 트레몰로는 타레가의 마음을 담은 듯 깊은 애수를 띠고 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부분들이 있었다. 실현과 사랑. 감동을 주는 애틋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직접 인터넷도 뒤지고 몇 개의 책도 뒤져 보았다.

그런데 스페인어로는 이에 대한 불륜과 사랑, 치정이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어떤 여자를 사모해 이런 곡이 나왔다고 하면 로맨틱하고 애틋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냥 음악의 모티브를 더 드라마틱 하게 하려고 이런 미화한 소문을 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작곡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프란시스코 타레가에 대해 몇 시간 공부해서 나온 개인적인 의견이다.

프란시스코 타레가는 1852년 메르카도나 (스페인 유명 슈퍼)의 동네인 비야레알 (VILLAREAL)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아빠와 엄마 밑에서 태어난 프란시스코는 어릴 때 엄마가 수녀원에서 일을 하는 상황이라 식모에게 맡겨졌었는데 젊은 식모가 애가 너무 운다고 개울에 던져버렸고 인근 주민 할아버지가 겨우 물에 빠진 어린아이를 구했지만 이때부터 시력이 심하게 좋지 않아져 장애가 있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도 밥벌이를 해야 할 것으로 본 아빠는 돈을 모아 10살짜리 어린 녀석을 바르셀로나에 보낸다.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음악가 밑에서 음악을 배우라고 했는데 이 음악가는 영국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 프란시스코는 집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바르셀로나를 떠도는 극단에 합류에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배웠다.

그리고 22세 때 마드리드 왕립 음악원에 들어가 음악 공부를 한다. 왕립 음악원은 스페인에서는 명문 대학 과정이다. 이때부터 기타에 관심을 가지고 연주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28세 되던 1880년에는 프랑스 및 스페인의 여러 지역에서 콘서트를 가졌는데 친구인 루이스 데 소리아의 부탁으로 알리칸테 근처 마을인 노벨다 (NOVELDA)에 가서 연주를 하게 되는데 이 마을에서 부인이 될 마리아 리소 (MARIA RIZO)를 만난다. 마리아 리소의 부친이 잠시나마 마리아의 연주를 봐 달라고 했는데 이때 눈이 맞은 것으로 보인다. 제자는 바로 부인이었던 마리아 리소였다. 그리고 이들은 1년 뒤 결혼을 한다.

중요한 점이 있다면 음악가, 더군다나 기타 연주가는 크게 돈을 벌지 못하는 시대였다. 영국에서도 연주를 한 경험이 있고 콘서트에서 연주를 많이 했던 프란시스코는 발렌시아의 부자인 여 과부인 콘싸 마르티네스 (CONXA MARTINEZ)가 예술 후견인이 되어 바르셀로나의 집을 빌려준다. 그래서 그곳에서 많은 음악을 작곡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도 있었다고…

그리고 이때 알람브라의 추억을 작곡한다. 프란시스코 타레가가 발전시킨 독특한 트레몰로 주법이 자아내는 신비로움과 서정적인 선율의 애절함이 일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콘차라는 과부를 짝사랑했다는 내용이 한국어로 된 뉴스나 백과사전 설명에 나오는데 스페인 버전이나 미국 버전에도 없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점이 아쉽다고 본다.

그래서 직접 찾아보아도 이에 대한 내용은 읽어본 3개의 책에서도 없었고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이다. 조선시대의 광해 이야기처럼 실록에 없는 이야기의 상상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프란시스코 타레가와 과부인 콘차의 로맨스는 스페인어로 된 서적 및 기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제자는 와이프였고 후견인인 콘차는 음악을 좋아했지 타레가에게 기타를 배운 적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프란시스코 타레가는 가난했다. 개인 레슨과 콘서트로 연명했는데 재산도 없었고 돈도 없었기 때문에 후견인인 콘차를 사랑할 정도의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며 또한 스페인 1800년대 말은 불륜, 간통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큰 죄였다. 정말 경제적 여건이 나빴던 프란시스코 타레가가 짝사랑을 하고 사랑에 빠졌다는 상상은 스페인 사람들도 하기 쉽지 않은 상상이다. 또한 배우자가 있는 프란시스코가 돈이라도 많고 명성이 자자했으면 모를까 그런 상황도 아니고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모차르트도 아닌 음악가였다.

그의 음악은 그래도 전설적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아름답고 감성적인 음악이다.

그리고 타레가는 또 다른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라그리마스 (LAGRIMAS), 눈물이라는 음악이다.

그리고 단사 모라 (DANZA MORA)라는 무어 여인의 춤이라는 음악도 있다.

프란시스코 타레가는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유산은 많다. 바로 이것도 알람브라의 유산이라고 본다. 다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는 짝사랑을 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고 자신의 부인이 제자여서 그 시대에 이런저런 소문들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가짜 뉴스가 많다는 점이다. 진실은 언제나 밝혀진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진실보다 가짜 뉴스를 좋아한다. 그것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가짜 뉴스를 믿고 싶어 한다.

타레가의 인생은 힘든 인생이었다. 다만 그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아직도 우리의 감성을 울리는 그런 신비스러움을 선사하고 있다.

*** 어떤 분이 알려주셔서…타레가사 실연을 당해 너무 슬퍼하다가 눈이 멀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다 fake news입니다. 타레가는 어릴때 물에 빠져서 눈에 장애과 왔고 눈이 멀고 있었어서 부모님이 일반 일을 못 할 것 같아 음악을 시켰어요. 그런데 사랑의 실연 때문에 눈이 멀었다니… 정말 타레가가 알면 눈물을 한없이 흘리겠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렇게 테라가의 개인사까지 관심있게 듣고 상상을 한다는 자체가 재미있고 뭉클한 음악이라 그런지 한국에서나 스페인에서나 감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짜 뉴스 조심하세요.

이윤교 변호사

한국 13년, 아르헨티나 12년 그리고 스페인에서 18년. 

스페인을 꿈꾸는 관광객 모드가 아닌 스페인의 생활인으로써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