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한국! 안녕, 발렌시아!"

발렌시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 모든 풍경이 멋져만 보였다.

Adiós, Corea.

2009년, UPV에서 교환학생을 하기로 결정하고 그 뒤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스페인대사관을 왔다갔다 하며 학생 비자를 발급받고 신체검사를 진행했으며 학교에서 지원해준 장학금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고등학교 때 내신용 시험을 보기 위한 용도로만 외웠던 내 스페인어 실력은 당연히도 현지에 가서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바로 강남의 모 스페인어 학원 초급스페인어 수업을 단기로 들으며 벼락치기 공부를 했다. 지금은 오래되어 기억이 안나지만 늘 “Hasta mañana”로 인사하던 선생님이 마지막 수업날엔 “이젠 Hasta luego로 인사해야겠네요, Hasta luego” 라며 모두의 앞날에 행운을 빌어주셨던 것만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비행기를 타러 가는길에는 온가족이 인천공항으로 마중을 나왔는데 품 안에서 자식을 한번도 내보낸적이 없었던 엄마는 내가 게이트로 향하며 손인사를 하자 눈물을 보이셨다. 처음 하게 된 해외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 부풀어 있던 당시의 나는 엄마의 눈물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 평생이 가도 이해할 수 없으리라.

이민용 캐리어를 바리바리 싸들고 출발!

Hola, Valencia

발렌시아로 가는 직항은 없었기에 경유포함 3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견디며 같은시기에 같은건물에서 교환학생을 하게 된 친구와 함께 발렌시아 공항에 도착했다. 파리를 경유해 오며 짐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아 공항에 문의했으나 “시에스타(Siesta)” 시간이라며 몇 시간 뒤에 오라는 것 아닌가. 말로만 듣던 시에스타가 공항에도 존재하다니…!

 

거의 24시간 모든 시스템이 돌아가는 한국에서 온 나는 공항 뿐 아니라 은행, 슈퍼, 레스토랑 등 온 도시가 낮잠을 자는 스페인이 불편했다. 물론 나중에는 “Siesta라니..스페인은 정말이지 너무나 훌륭한 곳이야!” 라며 친구들과 매순간을 즐겼지만 말이다.

 

하여튼, 공항 시에스타 타임 덕에 쫄쫄 굶고 유학용가방과 기내용가방을 합쳐 30KG 정도 되는 가방들을 들고 다니며 낯선 땅에 도착했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따뜻한 날씨, 쾌적한 발렌시아 메트로 시스템. 모든게 잘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Siesta
한낮의 무더위로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으니 2~4시간 정도를 낮잠으로 보내고 원기 회복하여 저녁까지 일을 하자는 논리다. 시에스타 중에는 상점이나 레스토랑이 모두 영업을 중지할 뿐만 아니라 은행이나 TV 방송조차 쉬기 때문에 온 도시가 고요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에스타 – 낯선 문화 적응하기 (알고 떠나는 해외여행, 2004. 11. 2., 김영사)

발렌시아의 버스, 도심이 아니라 그랬던 건지 정말 여유롭고 쾌적했다.

김유영 에디터

한국에서 경영대를 졸업하고 2010년부터 IT회사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업으로 삼고 일하다가, 현재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