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지금 ‘방탈출’ 열풍

방탈출 게임은 참가자들이 스스로 특정 공간에 갇혀 제한된 시간 내에 각종 문제나 미스터리 등을 해결하고 빠져 나와야 하는 게임으로 2008년 일본에서 시작됐다. 스페인에는 2013년 바르셀로나 지역에 처음으로 방탈출 게임룸이 생겨났고, 이후 ‘Escape Room’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주요 도시를 기점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최근엔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방탈출 게임시설이 없는 지역이 없을 만큼 상당히 보편화됐다.

스페인 Escape Room Lover 사이트에 따르면, 스페인 내 방탈출 게임은 2016년을 기점으로 현지인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해, 2016년 약 150개 기업에 불과했던 방탈출 게임업체가 2018년 8월 678개 업체로 4배 이상 늘어났다. 업체 중 대부분은 개인사업자들이 운영 중으로 시장이 매우 분할돼 있으며, 특정 기업의 시장 독점 현상도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현지 주요 방탈출 게임업체인 The Rombo Code사는 현재 스페인 내 방탈출 게임시장이 약 2000만 유로로 형성되었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 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0~40대 소비자가 주고객

현지 업계 종사자들은 스페인에서 방탈출 게임이 빠른 시일 내에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스페인 국민들이 친구나 가족들끼리 단체로 다양한 활동을 즐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집 근처의 작은 공간에서 영화 속에서나 보았던 환경에 직접 처해 여러가지 문제나 난관, 미스터리 등을 파헤치며 잠시나마 현실과는 동떨어진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방탈출 게임은 생존본능이나 비밀을 알아내고자 하는 지적능력과 같이 평소에 잊고 있던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어 개개인의 판타지를 충족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주요 소비층이 10~20대인 한국과는 달리, 스페인은 30~40대 소비자들이 방탈출 게임의 주요 고객이다. 스페인의 젊은 소비자들은 구매력이 약해 시간당 평균 15유로가량인 게임비 지출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지 방탈출 게임시설에는 청소년보다는 중년 성인남녀를 더 많이 목격할 수 있다.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포맷으로 진화 중

스페인의 방탈출 게임은 이제 또 다른 포맷으로 진화하고 있다. 방탈출을 위한 특정 실내공간에서 게임을 즐긴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환경이나 상황, 목적을 바탕으로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방탈출과 호텔업계와의 융합이다. 스페인 최대 호텔 체인그룹인 NH그룹은 2017년부터 발렌시아 지역의 한 호텔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방탈출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The Room Escape이라는 방탈출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객실 중 하나를 방탈출용 게임 공간으로 개조했다. 게임 유저들은 옆방에서 누군가가 호텔 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살포할 것임을 우연히 엿듣게 된 투숙객이 돼 한 시간 내 호텔을 구할 수 있는 해독제를 찾아야 한다.

방탈출게임의 무대가 야외로 옮겨진 경우도 있다. ‘Street Escape’이라고도 불리는 이 게임은 정해진 문제 해결을 위해 야외 곳곳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파헤쳐야 한다. 마드리드 지역의 Outfinders라고 하는 업체는 세상의 멸망을 꾀하는 테러리스트를 저지하기 위해 게임 유저들이 여러 미스터리나 비밀코드 등을 해독해야 하는 ‘멘도사 코드’라는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게임 유저들은 갇힌 공간이 아닌 작은 마을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방탈출 게임이 일반 기업들에게 자사 직원의 팀워크 능력이나 창의력을 강화 또는 향상시키는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스웨덴계 기업으로 전 세계 11개국에서 방탈출 게임을 운영 중인 Fox in a box사는 기업의 팀빌딩(Team Building)용 게임을 별도로 마련해 놓고 있다. 이를 위해 인재교육담당 전문팀도 구성해 게임 중인 직원들의 행동을 분석하는 서비스 등도 제공하고 있다.